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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연합뉴스]日군속에서 항일운동가로…안승갑 선생 유고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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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항단연 작성일14-01-08 09:15 조회8,66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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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군속에서 항일운동가로…

안승갑 선생 유고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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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군속에서 항일운동가로…안승갑 선생 유고집 발간 (서울=연합뉴스) 1940년대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일본군 소속 포로감시원으로 일하던 조선인들. 우측 하단이 안승갑 선생. 2013.12.29 <<민족문제연구소 제공>> tsl@yna.co.kr

조선인 포로감시원 생활하다 독립운동한 기구한 삶 조명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우리는 선열의 위업을 거울삼아 조국 독립의 선봉이 되어 일심동체 결사 투쟁할 것을 자바섬 스모노 산중에서 엄숙히 선언하노라."

태평양 전쟁이 막바지에 달하던 1944년 12월 29일 한반도에서 수천㎞ 떨어진 인도네시아 자바섬. 조선인 청년 10여명은 '고려독립청년단'이라는 항일운동단체를 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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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군속에서 항일운동가로…안승갑 선생 유고집 발간 (서울=연합뉴스) 안승갑 선생이 그린 자바 포로수용소의 스케치. 2013.12.29 <<민족문제연구소 제공>> zjin@yna.co.kr

그로부터 사흘 뒤 가입한 안승갑(1922~1987) 선생을 포함한 이 단체 회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두 일본군 소속 포로 감시원이었다.

29일 민족문제연구소와 안 선생의 아들인 안용근 충청대 교수에 따르면 1942년 3천명이 넘는 20∼35세인 조선의 젊은이들이 2년 계약직 포로수용소 감시원으로 지원했다. '지원'을 내세웠지만 '강제징용'에 가까운 경우도 많았다.

안 선생은 1942년 6월 일본 점령 아래 있던 인도네시아 자바섬 반둥시 일본 제16군 포로수용소에서 연합군 포로감시 일을 시작했다.

안용근 교수는 "아버지는 일제강점기 야학을 개설하고 독립운동가들과 접촉하다 일본 순사에게 발각돼 일본군 군속(軍屬)으로 지원해 몸을 피했다"며 "군인이 아닌 군속으로 가면 죽을 일은 없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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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군속에서 항일운동가로…안승갑 선생 유고집 발간 (서울=연합뉴스) 안승갑 선생이 조선인 포로감시원들이 일본의 강요로 저축한 금액 내역을 기록한 '사금회수증명서'. 2013.12.29 <<민족문제연구소 제공>> tslzjin@yna.co.kr

일본군으로부터 극심한 차별 대우를 받았던 조선인 포로감시원들은 인근 국가인 필리핀과 미얀마의 독립 선포에 고무돼 고려독립청년당을 결성했다.

이들 가운데 회원 3명은 1945년 1월 자바섬 동부 암바라와에서 일본군 12명을 사살하는 성과를 내고 장렬히 자결했다.

1945년 8월 조국은 해방을 맞았지만 안 선생을 비롯한 조선인 포로감시원들은 1년 반이 넘도록 고국 땅을 밟지 못했다.

'일본군'으로 취급돼 연합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일부는 B·C급 전범으로 수용소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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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군속에서 항일운동가로…안승갑 선생 유고집 발간 (서울=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일본군 소속 포로감시원으로 일하다 항일운동을 전개한 안승갑(1922~1987) 선생. 2013.12.29 <<안용근 충청대 교수 제공>> tsl@yna.co.kr

안 선생은 자치조직 '조선인민회'의 지부장을 맡아 당시 자바섬에 있던 조선인 인명부, 자바섬의 조선인 일본군 군속들이 일본의 강요로 저축한 예금 내용을 적은 '사금회수증명서' 등의 자료를 남겼다.

안용근 교수는 "일본은 조선인 군속들에게 약속한 월급을 제대로 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강제로 저축하게 하고 이를 돌려주지 않았다"며 "아버지는 1947년 2월 귀국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체불 임금과 위로금 배상 청구 운동을 벌이는 한편 고려독립청년단 활동가들이 독립유공자로 인정받도록 힘을 기울였다"고 소개했다.

안 교수는 지난 수십년간 모은 자료를 내년 초 '약산(안승갑 선생의 호)유고'라는 책으로 펴낼 예정이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조선인 포로감시원 중 독립운동을 한 분들이 있다는 것은 대중에게는 아직 생소하다"며 "이들의 기구한 삶을 60년 만에 들여다보는 뜻깊은 자료"라고 말했다.

ts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