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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국제신문] [도청도설] 新을사오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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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항단연 작성일12-08-31 21:19 조회7,44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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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서 좋은 게 상이지만 펄쩍 뛰며 손사래치는 '불명예상'도 있다. 미국의 윌리엄 프록시마이어 전 상원의원이 제정한 '황금양털상'은 낭비가 심한 정부 예산 프로그램을 선정해 시상(?)했다. 미국 예산 감시단체인 CAGW의 '이 달의 꿀꿀이상(Poker of the month)' 역시 최악의 예산 낭비 사례를 골라 상을 안겼다. 특혜성 보조금을 가리키는 'pork'가 돼지고기를 뜻하기도 해서 붙은 이름.

우리나라에도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주는 '밑빠진독상'이란 게 있다. 예산 낭비로 타의 모범(?)이 된 정부기관이나 지자체에게 준다. 235억 원을 들여 '노래하는 분수대'를 만든 경기도 고양시가 2003년 수상했다. 서울시도 2005년 90억 원을 들여 세운 탄천 하수 슬러지처리장을 단 두 달 만에 멈춰 세운 공로로 이 상을 받았다. 부산시도 테즈락호 운영으로 제8회 수상자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조선을 보호국으로 만들기 위해 1905년 이토 히로부미를 특사로 파견했다. 11월 17일 일본은 1개 사단병력을 왕궁과 서울 곳곳에 배치하고 대포를 발사해 위협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저녁 무렵 이토는 무장 헌병을 대동해 중명전(重明殿)으로 쳐들어갔다. 대신들을 협박해 새벽 1시 을사늑약의 체결을 선포했다. 반드시 찍혀야 할 어새조차 빠진 문서였으니 무효일 밖에.

문서에 서명한 대신은 외부 박제순, 내부 이지용, 군부 이근택, 학부 이완용, 농상부 권중현. 위협을 받았다고는 해도 너무나 무력하게 매국 문서에 도장을 찍은 그들이 을사오적(乙巳五賊)이란 이름으로 역사에 오명을 남긴 건 당연한 일. 지금도 "이완용 같은 놈"은 가장 큰 욕이 아닌가.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가 정·관계, 언론·법조계 인물 5명을 '신을사오적'으로 선정해 '이완용상'을 주기로 했다. 해방 후 친일청산이 미흡해 친일파 후손들이 득세하는 세태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뜻. 대국민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선정한다. 생존자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명예훼손 시비를 피하려면 신중을 기해야 하겠지만 독도와 위안부 문제가 여전히 화두로 남은 오늘, 역설적으로 국권 수호의 의지를 다지게 하는 또 다른 '불명예상'이 될 듯.
 
국제신문 강동수 수석논설위원 dsk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