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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한겨레]친일·독재 찬양 흑역사는 쏙 뺀 조선일보의 ‘반쪽 100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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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3-11 09:44 조회5,06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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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지난 5일 창간 100주년을 맞았다. 종이신문의 위기가 심각한 가운데 거대 언론의 1세기 자평과 기록은 저널리즘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날 이 신문은 대규모 기획·광고 특집 등 100면을 발행하며 물량 공세를 펼쳤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친일과 독재 부역 등 흑역사에 대한 자성은 쏙 뺀 채 항일 민족지였으며, 어떤 정권의 압박에도 저항한 언론이라는 자화자찬식 주장만 되풀이한 까닭이다.

■ 거대 언론 ‘조선’의 현주소 한국에이비시(ABC)협회가 지난 1월 발표한 2019년 부수인증 자료에 따르면, 조선일보의 유료부수는 119만여부로 국내 1위다. 반면, 조선일보는 <시사인>의 2019년 신뢰도 조사에서 2년 연속 ‘가장 불신하는 언론매체’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구독자 수 1등에 사회적 영향력이 크지만 다른 한편으론 부정 평가가 높은 것은 이 신문의 현실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전국 57개 단체로 구성된 ‘조선동아 거짓과 배신의 100년 청산 시민행동’(시민행동)은 지난 1월부터 서울 광화문에서 친일, 반민주, 반노동 등 왜곡·편파 보도의 부끄러운 역사를 시민들에게 알리며 자성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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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이런 목소리는 나몰라라 하며 ‘진실의 수호자들’이라는 창간 기획을 통해 “권력에 찍혀도 할 말은 했다” “경제침탈에 물산장려, 한글탄압엔 문자보급운동” “‘팩트의 방파제’를 쌓았다” 등 긴 세월 모진 풍상을 견디며 민족의 발전을 이끌고, 사실 보도에 충실했던 민족지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반박이 나온다. 45년 전 박정희 정권의 유신독재에 항의하다 쫓겨난 조선일보 기자 출신의 신홍범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은 “역사의 고비마다 사실과 진실을 왜곡하며 국민의 염원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언론자유를 위해 투쟁한 기자들을 해직시킨 신문사가 어떻게 진실의 수호자냐”고 비판했다.


■ 조선 100년 최악 보도 10선 시민행동은 조선·동아 100년을 앞두고 두 신문의 최악 보도 100개를 선정했으며 최근 ‘조선일보 최악 보도 10선’을 공개했다. 첫째가 일제 왕실에 대한 찬양 기사다. 1938년부터 1월1일이면 1면에 ‘천황폐하의 어성덕’ ‘천황폐하의 어위덕’ 등 제목 아래 일왕 부부 사진을 대대적으로 실었다. 둘째도 친일의 증거인 일왕 생일 축하다. 일왕 생일인 4월29일이면 1면에 ‘봉축천장가절’ 사설로 충성을 맹세했다. 셋째는 윤봉길 의사 의거를 ‘흉악한 행동’으로 칭한 것이다. 넷째는 5·16 쿠데타 지지, 다섯째는 박정희 유신체제 환영 등 군부 독재에 대한 부역이다. 또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광주 시민을 폭도라고 한 왜곡보도, 김일성 사망 오보 등이 있다.

10선 외에도 1991년 유서대필 의혹 조장과 2014년 세월호 유족 모독·진실규명 방해 등의 문제적 보도들이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오보 정정과 사과’라는 지면을 통해 ‘김일성 사망 보도’에 대해 34년이 지나서야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나 나머지 보도에 대한 사과는 없어 면피성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 다시 불거진 ‘안티조선’ 운동 조선일보의 친일, 반민족 보도 행태에 일각에서 이 신문의 실체를 널리 알리겠다는 자발적인 운동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오한흥 <옥천신문> 대표는 지난달부터 ‘일장기를 제호 위에 얹은 조선일보’ 리본을 달고 다닌다. 일제강점기에 1면 제호 위에 일장기를 얹은 조선일보의 친일 행각을 빗댄 것으로, 옥천 주민들과 해병대전우회, 명진 스님 등 주변 사람들도 리본 달기 운동에 가세했다. 오한흥 대표는 20년 전부터 이 지역에서 ‘조선일보 바로 보기 군민 모임’을 만들어 ‘안티조선’의 불을 지펴왔다. 그는 “지역 주민들이 리본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 100년을 버텨온 조선일보도 괴로웠을 것이다. 성찰의 시대에 조선일보가 마음에서 우러나온 반성과 사과를 했으면 하는 염원을 담았다”고 밝혔다.


언론소비자주권행동(언소주)은 한-일 경제전쟁 국면에 조선일보는 여전히 친일 논조로 일본 주장만 두둔한다며 이 신문에 광고를 많이 하는 기업을 집계해 매주 공개하고 있다. 이태봉 언소주 사무처장은 “올 1월부터 3월까지 조선일보에 광고를 가장 많이 집행한 주요 기업과 지자체, 공공기관 등 3곳을 선정해 강도 높은 불매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기레기 박제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이 처장은 “조선일보는 코로나19 보도에서 세월호 때처럼 정파성을 드러내는 보도를 많이 한다. 언론의 가짜뉴스, 왜곡보도, 악의적 보도를 제보받아 기자 실명을 그대로 박아 백서로 만들어 영구 보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독립언론 <뉴스타파>도 다음달 1일 100년을 맞는 동아일보를 포함해 두 신문의 실체를 해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해 오는 8월 개봉할 예정이다.

학계에선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용규 상지대 교수(미디어영상광고학)는 “조선일보가 과거 보도 행태를 반성하지 않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역사만 다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100주년 광고영업을 소문이 파다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이 신문의 위기를 반증한다. 종이신문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먼저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