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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오마이뉴스] 밀양 아랑규수 선발 시험 문항에 '친일 미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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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5-03 16:25 조회5,9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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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가요박물관건립저지시민연합 등 단체들은 5월 2일 밀양에서 박시춘을 기리는 밀양가요박물관 모형을 만들어 놓고 부수는 상징의식을ⓒ 강창걸


[단독] '1급 친일파' 박시춘 관련 문항 .. 김은호 관련 공통지문 제시했다가 변경하기도 


경남 밀양에서 '1급 친일파' 대중음악 작곡가·미술가와 관련해 '친일 청산'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밀양시·밀양문화원이 '아랑규수선발대회'를 마련하면서 응시자를 대상으로 한 질문(지문)에 '친일 미화' 의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왔다.
 
'1급 친일파'는 밀양 출신 대중음악 작곡가인 박시춘(1913~1996)과 '아랑영정'을 그린 화가 김은호(이당, 1892~1979)를 말한다. 최근 밀양사람들은 박시춘 기념사업을 중단하고, 김은호가 그린 '아랑영정'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아랑규수 선발대회' 시험 문제와 공통지문은? 

밀양시와 밀양문화원은 '제61회 밀양아리랑대축제 기해년 아랑규수 선발대회'를 연다. 밀양시는 "정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시행되어 온 아랑규수선발대회는 매년 진·선·미·정·숙 5명의 아랑규수와 10명의 모범규수를 선발해 왔다"며 "밀양을 대표하는 정순하고 아름다운 규수를 선발하는 대회"라고 했다.
 
밀양시는 아랑규수 5명을 선발해 시상금을 지급하고, 사과·딸기·고추·대추·깻잎의 홍보대사로 위촉할 계획이다. 아랑규수 선발대회에는 밀양에 거주하는 만 17~28세 미혼여성과 학교 학생, 업체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한다.
 
이미 밀양시는 지난 4월 19일까지 접수를 받았고, 지난 4월 28일 1차 시험을 봤다. 밀양시는 오는 5월 19일 영남루에서 사전심사를 통과한 15명의 규수를 대상으로 서로 '재·예 겨루기'를 벌여 대관식을 갖는다.
 
그런데 지난 4월 28일 치러진 1차 시험 때 "밀양을 대표하는 대중가요 작곡가가 누구냐"는 질문이 들어 있었고, 보기에는 '박시춘'이 들어 있었다. 한 참가자는 "문제의 정답이 맞는지 모르지만, 보기에 박시춘이 들어 있어 출제자가 그 답을 요구했던 것 같았다"며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밀양시민은 "박시춘은 대중음악가 1등이지만 친일 1등이다"며 "아랑이 정순의 상징이라고 하는데, 친일파까지 선양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박시춘뿐만 아니라 김은호도 선발 시험에 들장했다. 밀양문화원은 4월 19일 열릴 '재예 겨루기' 때 발표 주제를 사전에 제시했다. 밀양문화원은 처음에 3개의 공통지문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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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시문화원이 '아랑규수 선발대회' 시험공통지문으로 애초에 제시했던 문항이다. 논란이 되자 문화원은 이 문항을 비롯해 애초 제시했던 3개 공통지문을 하지 않고 다른 내용으로 변경했다. ⓒ 강창걸 

그 중 한 지문은 "현재 밀양의 아랑사당에는 이당 김은호 화백이 그리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부인이었던 육영수 여사가 1965년 10월 9일 기증한 아랑낭자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최근 일부 인사들 가운데 이 작품을 그린 이당 김은호 화백이 민족문제연구소로부터 친일작가로 분류되어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 영정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새삼스럽게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당신의 의견을 말씀하세요"라고 되어 있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밀양가요박물관건립저지시민연합이 밀양시문화원에 항의했고, 이후 밀양시문화원은 '공통지문 변경 통보'를 했다.
 
변경된 공통지문에는 아랑 영정 관련 내용이 빠지고, '밀양을 빛낸 역사적 인물 중 한 분을 소개', '밀양 8경 중 한 곳 홍보', '밀양 3대 신비 중 한 곳 소개', '농특산물 홍보', '외부 관광객에 밀양 홍보'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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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경된 '아랑 선발 시험 공통지문 ⓒ 강창걸   

밀양가요박물관건립저지시민연합 장창걸 부회장은 "최근 밀양에서 박시춘과 김은호의 친일 때문에 기념사업 중단과 영정 폐출 문제가 제기되었다"며 "그런데 시험 문제에 '1급 친일파'를 알리는 내용의 질문했거나 하려고 했던 것은 '친일 미화'의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밀양가요박물관건립저지시민연합 등 단체들은 손정태 밀양시문화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장영우 밀양시의회 의원은 "아랑규수 선발대회와 관련한 질문 내용 이야기를 들었다.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친일행적이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있다"며 "박시춘을 유도하기 위한 질문이고, 김은호의 영정을 옹호하기 위한 의도로 그런 공통지문을 넣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남친일청산시민행동 김영만 공동대표는 "아랑규수 선발을 하는데 박시춘의 답변을 유도하는 질문을 한 것은 우스운 일이다, 박시춘이 들어간 박물관을 지어야 한다는 것에 활용하려는 꼼수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아랑영정 관련 공통질문은 그 대상과 장소도 잘못 됐으며, 친일 미화의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김 공동대표는 "친일파 기념을 하려는 사람들은 항상 박시춘의 대중음악 작곡처럼 공적을 내세우고,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인물을 기리기에 괜찮은 거 아니냐 하는 논리를 편다"며 "그러나 민족 반역자를 기리는데 국민이나 시민들이 낸 세금이 들어가서는 안된다. 공적을 내세우고 다른 인물들을 포함하기에 괜찮다는 논리는 친일 미화 합리화다. 분명하게 선을 그어서 안 된다고 해야 한다"고 했다.
 
'아랑규수 선발대회'에 대해, 경남여성단체연합 윤소영 사무국장은 "미인이 없으면 지방자치단체에서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인지 의문이다"며 "전국적으로 여러 지자체에서 미인선발대회를 열어 여성단체가 문제제기를 해서 없앤 사례도 있다. 요즘은 미투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시대다. 밀양시에 대해 상황을 파악해서 대처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랑규수 선발대회 주관을 맡은 밀양시문화원 손정태 원장은 "박시춘 관련 질문은 전임 원장 때부터 내려오던 문제집에 있어서 한 것이고, 먼저 제시했던 공통지문이 어렵고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변경했다"고 말했다.
 
"친일 미화 의도 아니냐"는 지적에, 손 원장은 "친일 미화 의도는 아니다. 그런 것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친일파 박시춘 선양 논란 밀양가요박물관 

밀양시는 박시춘·정풍송 등 밀양 출신 대중음악가를 기리는 '밀양가요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진 뒤, 밀양가요박물관건립저지시민연합과 (사)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회는 "1급 친일파 박시춘 선양을 위한 가요박물관 추진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박시춘은 "이별의 부산 정거장" 등 대중가요를 작곡했지만,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 지원을 독려하는 <혈서 지원> 등 군국가요를 작곡했고, 대중음악에서 대표적인 '친일파'다.

김은호는 '학산은호(鶴山殷鎬)'로 창씨개명하고 친일파로 전락한 어용화사로 맨 먼저 일제 군국주의에 동조하는 내용의 그림 <금차봉납도> 등을 그렸으며, 1937년 이후 '선전' 참여 작가와 1941년 조선미술가협회 일본화부 평의원을 지냈다. 김은호는 '친일 미술가의 우두머리'라 할 수 있다.

김은호는 일본화풍으로 미인도를 그렸고, '성춘향상'과 '아랑영정' 등이 있다. 그가 그린 '미인도 논개'가 한때 진주성 의기사에 모셔져 있었지만, 그의 친일 행적이 드러난 뒤 시민들에 의해 폐출되었다. 의기사에는 그 뒤 윤여환 작가가 전통화법에 맞춰 그린 <논개영정>이 현재 모셔져 있다.

밀양 아랑사당에는 김은호가 그린 '아랑영정'이 걸려 있다. 장영우 밀양시의원은 지난 4월 19일 열린 임시회 본회의 5분발언에서 "아랑영정 교체는 밀양에서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김은호가 그린 아랑영정의 폐출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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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가요박물관건립저지시민연합 등 단체들은 손정태 밀양시문화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강창걸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