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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한겨레] “안중근 의사 생가·청계성당 복원해 기념관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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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10-26 23:29 조회5,88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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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서 만난 남북, 안중근 의거 109주년 공동행사 열어

남쪽, “안중근 의사 생가와 청계성당 복원하자”

북쪽에선 강지영 조선종교인협의회장 등 참석

강 회장, “안중근 열사가 지닌 애국의 넋 깊이 간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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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의거 109주년 기념 남북공동행사에서 남북 대표단이 합동미사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노지원 기자
“황해남도 해주시에 있는 안중근 의사 생가와 청계성당을 복원해 기념관과 기념공원을 만들자고 북쪽에 제안합니다.”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안충석 신부는 26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의거 109주년 기념 남북 공동행사’에서 이런 뜻을 밝혔다. 이날은 1909년 10월26일, 안 의사가 하얼빈역에서 일제의 조선 식민지화의 주역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지 꼭 109주년이 되는 날이다. 안 신부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북쪽 관계자들에게) 해주시의 안 의사 생가와 안 의사가 살아생전 사무장을 지낸 청계성당을 복원해 기념관과 기념공원을 건립하는 안을 제안했다”며 “북쪽과 협의해봐야 하겠지만 내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쪽을 방문하면 머릿돌에 축성을 받아 성당과 생가 건축을 시작하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2019년에 남북이 공통으로 존경하는 독립운동가인 안중근 의사의 흔적을 되살려 분단 70년이 약화시킨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내년 북한과 공동으로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안 의사의 유해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다롄 뤼순감옥 인근 지역에는 이미 아파트가 들어서 있어 사업이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안 의사 생가와 성당 복원 사업은 남북이 합의만 한다면 추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다.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와 북쪽 조선종교인협의회(회장 강지영)가 25∼27일 2박3일 동안 함께 연 이번 공동행사에는 강 회장, 김철웅 장충성당 회장, 허일용 조선카톨릭교협회 중앙위원회 서기장 등 북쪽에서 4명이 참석했다. 남쪽에서는 기념사업회 회원을 비롯해 전남 지역 고교생, 안중근청소년오케스트라 등 80여명이 참여했다. 강 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안 의사의 의거는 “일제에 대한 우리 인민의 원한과 분노의 폭발이었다”며 “도마 안중근 열사가 지녔던 애국의 넋을 깊이 간직하고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실천 활동에 적극 떨쳐나섬으로써 북남관계 발전과 자주통일 실현에 특색 있게 이바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북한 노동당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을 지냈고 현재 조선카톨릭교협회 중앙위원회 위원장,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위원장을 함께 맡고 있다. 통일전선부 부부장, 최고인민회의 13기 대의원이기도 하다.

26일 남북은 합동 미사를 진행한 뒤 하루 종일 하얼빈시 곳곳을 방문하며 안 의사의 자취를 밟았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과 정율성 기념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뒤 구금됐던 일본영사관 옛터(현 화원소학교), 일제가 생물·화학 무기를 개발하고 생체실험을 자행했던 731세균부대 등을 방문했다. 27일에는 동북항일열사기념관을 방문한다.

남북의 두 단체는 2009년 개성에서 안 의사 의거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처음으로 공동행사를 열었고 2011년부터는 의거 현장인 하얼빈시에서 만났다. 남북관계가 악화된 지난해에는 한자리에 모이지 못했지만, 올해 남북 정상이 세차례나 만나는 등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행사가 다시 열렸다. 

하얼빈/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