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교수의 '애국가는 없다 1 - 노랫말'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지금의 '애국가(愛國歌:안익태 작곡·윤치호 작사)'는 그 정체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곤 했다. 친일파가 만들었을 뿐 아니라 외국 민요를 표절했다는 비판에 휘말리기도 했다.
경희대 법무대학원의 강효백 교수가 애국가를 더 이상 국가(國歌)로 불러서는 안 된다며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신간 '애국가는 없다 1 - 노랫말'을 통해서다. 두 번째 비판서 '애국가는 없다 2 - 작사자·작곡자·선율·법률·비교·대안'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 '노랫말' 편은 부적절한 가사를 중심으로 "애국가가 한민족을 대표하는 노래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강 교수는 "애국가 첫 소절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처럼 소멸과 퇴행의 서술어로 시작하는 국가는 지구상에 없다"며 "바다와 물이 산보다 먼저 나오는 경우도 우리말과 노래에서 찾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다만 일본에선 바다와 물이 산보다 먼저 나오는 경우가 많다.
'마르고 닳도록' 부분에 대해서도 "세계 국가 가사에 '닳도록'이란 마멸의 서술어 수사법이 들어간 국가는 노르웨이 국가 가사뿐"이라면서 "그러나 노르웨이 국가의 '바위가 풍랑에 닳아도'와 달리 우리 애국가 '닳도록'은 민족의 대표 성산인 백두산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한국에 대한 혐오와 저주의 변태 가학성 심리마저 감지된다"고 말한다.
2절에 나오는 '남산' 부분과 관련해 "한국인에게 소나무가 주는 이미지는 선비인 반면, 일본인에게 주는 이미지는 철갑 입은 사무라이"라며 "우리 정부가 2018년 현충사와 도산서원에서 일본 소나무를 퇴출했듯이 일본의 철갑을 두른 소나무가 심어진 '가짜 애국가'를 하루빨리 퇴출하고 진짜 국가를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바람서리', '공활'과 같은 용어도 일본풍이 다분하단다. '바람서리'는 오늘날 우리 일상에서 전혀 쓰지 않을 뿐 아니라 구한말 이전 우리 말과 글에도 전혀 없는 정체불명의 용어인 반면, 일본에선 '바람'이 일본인의 하느님이자 태양신인 아마테라스 다음으로 중시하는 태풍의 신 스사노오를 상징하고 경술국치 이후 '서리'로 바뀐 '이슬'은 일왕이 베푸는 은혜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텅 비고 황량한 골짜기'라는 부정적 의미의 '공활(空豁)'은 한국의 애국가 가사에만 있는 희소어이자 난해어이고 한자의 본고장 중국에서 쓰지도 않는 사어(死語)이지만, 일본에선 현학자들이 애용하는 한자어에 해당한다고 책은 설명한다.
강 교수는 "항성인 태양이나 별 없이 위성인 '달'만 나오는 국가 역시 한국의 애국가뿐"이라며 "이는 해와 별이 스스로 빛을 발하는 발광체인 데 반해 달은 햇빛을 받아 반사하는 피광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 신화의 최고신으로는 태양신이 절대다수인 데 비해 달을 최고신으로 받드는 동서고금의 신화는 단 하나도 없다고 한다.
이와 함께 애국가 4절이 일본 메이지(1868~1912년) 시대의 군가 가사와 가장 흡사하다고 비판한다.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대목처럼 '자유' 없이 '충성'이란 낱말만 나오는 국가는 '애국가'가 유일하며, 이는 국가에 대한 국민의 일방적 충성을 강요하는 군국주의 파시즘적 색채가 짙다고 논파한다.
강 교수는 후렴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무궁화'와 '삼천리' 부분에 대해서도 차갑게 질타한다.
'無窮花'는 구한말 이전에 한국은 물론 중국에도 없었던 한자어로, 한반도에 무궁화 자생지가 전무한 데다가 무궁화의 재배 가능지역도 휴전선 이남으로 한정돼 있고, 우리의 옛 시조와 민요에는 무궁화가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 반면에 일본에는 8세기 이전에 토착화해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일본열도 전역에 널려 있다. 이와 관련해 강 교수는 저서 '두 얼굴의 무궁화-국가상징 바로잡기'를 지난해에 펴낸 바 있다.
'삼천리' 또한 고려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한 936년부터 일본의 강압에 밀려 강화도 조약을 체결한 1876년 이전까지 한반도 영토 범위로 쓰인 적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다만 고려와 조선 천 년 동안 최악의 유배 형벌용어로 쓰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강 교수는 "20세기 초까지 만주가 한국땅이라는 인식(조선왕조실록 등 한·중의 대다수 문헌이 조선 남북 강역을 '3천 리' 아닌 '4천 리'로 표기)은 남북통일과 대륙으로 뻗어 나아갈 대한이 영토의식 함양뿐 아니라 국제법상으로도 유리하다"면서 "그러려면 '무궁화 삼천리' 애국가를 없애야 한다"고 역설한다.
요컨대 일제가 애국가에 심어놓은 간교한 코드를 청산하고 새로운 국가의 시대를 열자는 거다. 이처럼 '국가(國歌)를 바꾸자'라는 주제로 단행본이 나온 것은 국내외에서 보기 힘든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책에 대해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근대국가들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국가·국기·국화 등을 통해 나라의 상징으로 삼는데, 우리의 경우 국가는 제정되지 않고 '애국가'가 그 자리를 대신해왔다. 오래전부터 애국가의 작사자와 작곡자를 둘러싸고 (친일·친나치 행적) 논란이 일어왔고 가사에도 퇴행성이 지적돼왔다"며 출간 의미를 부여한다.
김원웅 광복회장도 "'목숨 걸고 글을 썼다'는 강 교수의 연구를 통해 애국가 가사가 일제의 대한영토 참절과 식민의식 침투의 주술이라는 사실을 더 깊이 알게 됐다"며 "애국가는 이미 나라 사랑을 일깨우는 위상을 상실했다. 프랑스는 7번, 오스트리아와 루마니아는 5번 바꿨다. 안 바꾼 나라는 일본과 한국뿐이다. 대한민국을 애국의 대상으로 만들기 위해선 우리 사회의 종일매국(從日賣國) 잔재를 해소해야 한다"고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