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과장된 정도에 불과…사자(死者) 명예보다 표현의 자유 보호"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선생(1906∼1965)의 친일·친나치 의혹을 제기했다가 유족으로부터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김원웅 광복회장에 대해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판단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안익태 선생의 친조카 안경용(미국명 데이비드 안)씨가 지난해 11월 김 회장을 고소한 사건을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이 안씨 측에 보낸 불송치 이유서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해 8월 15일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광복회가 안익태의 친일·친나치 관련 자료를 독일 정부로부터 입수했다"며 "그중에는 안익태가 베를린에서 만주국 건국 10주년 축하 연주회를 지휘하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이후 방송 출연과 국회 기자회견 등을 통해 안익태 선생에 대해 ▲ 음악으로 친일·친나치 활동 ▲ 불가리아 민요를 표절해 애국가 작곡 ▲ 코리아환상곡은 '자기 표절' 등의 의혹을 약 열흘간 잇따라 제기했다.
경찰은 김 회장의 광복절 경축식 발언에 대해 "적시한 사실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보인다"며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른 발언들에 대해서는 "피의자(김 회장)가 논문, 도서 등 구체성을 띤 소명자료를 제시하고 있고 역사적 사실은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에 한계가 있어 허위 여부 판단이 어렵다"고 했다.
경찰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사자의 명예보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탐구 또는 표현의 자유가 보호돼야 한다"면서 "피의자 발언이 명백한 사실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으나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안씨의 법률대리인 김제식 변호사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유감"이라며 "이의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올해부터 경찰은 사건을 불송치하고 자체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으나 고소·고발인이 이의를 제기하면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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