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군사 편찬연구 자문위원장실에서 백선엽 예비역 대장을 예방, ‘백선엽의 6.25 징비록’ 책을 선물 받고 있다.ⓒ뉴시스
함세웅 신부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최근 예비역 대장 백선엽 씨를 예방해 '전쟁영웅'으로 추어올린 데 대해 17일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당 대표를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독립운동가단체와 독립유공자 유족들의 연합체인 사단법인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이하 항단연) 회장을 맡고 있는 함 신부(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이사장)는 이날 성명을 통해 "간도특설대 요원 예방하는 정신 나간 황 대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백선엽 씨는 악명 높은 간도특설대 복무 이력으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이름이 오른 인물이다. 윤봉길 의사가 목숨 바쳐 처단한 요시노리 일본군 대장의 이름으로 창씨개명까지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해방 후 한국전쟁 때는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했다. 이후 주요국 주재 대사와 전경련 이사, 충주비료·호남비료·한국종합화학·한국화학펄프 사장, 19대 교통부 장관 등을 지냈다.
황 대표가 지난 10일 백 씨를 찾아 "장군님의 업적"을 운운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현충일 추념사에서 약산 김원봉 선생의 항일 공로를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행보로 해석했다.
이와 관련, 함 신부는 "황 대표는 광복군 토벌에 앞장선 악질 친일 반민족행위자인 백선엽을 찾아가 머리를 조아리는 기괴한 행보를 보여 국민 모두에게 지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은 자신에게 유리하다 싶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정쟁화하는 것이 생리라지만, 황 대표는 대상을 잘못 잡아도 한참 잘못 잡았다"고 꼬집었다.
"조국광복 염원하던 선열들이 지하에서 통곡할 일"
함세웅 신부(자료사진)ⓒ양지웅 기자
함 신부는 "백선엽 그는 누구인가, 일본 군부가 세운 만주국 육군군관학교를 졸업하고 '조선독립군은 조선인이 다스려야 한다'며 조직된 간도특설대에 복무한 악질 친일파 중 선봉에 선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백선엽은 100년 전 나라를 잃은 국민이 만세운동을 하며 타향에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음으로 양으로 빼앗긴 나라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피를 흘릴 때 일신의 영달을 위해 일본의 종이 되어 독립군에 총부리를 겨누었다고 자백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신의 친일행적을 감추기 위한 방편으로 국민들의 신망을 받던 고당 조만식의 비서로 활동하며 친일파를 비호했던 이승만 정권에서 승승장구한 인물"이라며 "만주군관학교 후배인 박정희가 남로당 활동으로 사형선고를 받자 적극적으로 구명했고 그 인연으로 군부독재에 부역하면서 박정희의 실세가 됐다"고 말했다.
또 함 신부는 "광복군을 학살한 전범자이자 독립된 조국에서 일본 제국주의를 재현하며 호가호위하던 범죄자를 독재정권은 무턱대고 비호했다"며 "박정희는 전쟁영웅이라는 보기 좋은 허울로 포장하였고, 백선엽은 독재정권을 수호하는 더할 나위 없는 하수인이었을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은 간도특설대 출신 백선엽이 아직도 민족반역자의 죄명으로 처벌받지 않은 사실에 의아해하고 있다"며 "나아가 반역자를 예우한다며 발 벗고 찾아 나선 공안검사 출신의 거침없는 행보에, 같은 대한민국에서 숨 쉬고 있다는 것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함 신부는 "조국 광복을 염원하다 쓰러져간 선열들이 지하에서 통곡할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황 대표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친일청산에 남은 일생을 바칠 것을 선언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독립유공자 및 유족들로 구성된 광복회(회장 김원웅)도 전날 성명에서 황 대표가 백 씨를 예방한 데 대해 "국가정체성을 부인하는 행위"라며 "항일독립정신을 외면하는 것은 반역"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