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김원봉 논란' 놓고 향군, 항단연 대립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이 8일 예비역 군인 단체인 재향군인회(향군) 김진호 회장을 향해 “광복군을 부정하며 독립운동가를 모독했다”며 “김 회장과는 광복절 기념행사를 함께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항단연은 24개 독립운동기념사업회들의 연합체로, 함세웅 신부가 회장을 맡고 있다. 항단연은 이날 ‘74주년 광복절 행사 재향군인회장 참석 불가 통보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행정안전부와 국가보훈처에 보냈다. 항단연은 이 공문에서 “김진호 향군회장은 독립운동가를 토벌하려 만들어진 간도특설대의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을 전쟁영웅이자 국군의 뿌리라고 주장하며, 극우주의 세력과 동조해 편 가르기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항단연 측은 “향군은 백선엽을 비호하는 현수막을 집회장에 내걸며 반성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런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의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행정안전부와 국가보훈처에 김진호 향군회장의 광복절 기념행사 참석 불가 통보 요청을 전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항단연 회장 출신인 김원웅 광복회장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백선엽 예비역 대장을 지난달 10일 예방한 데 대해 “국가정체성을 부인하고 항일독립 정신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향군은 지난달 20일 광복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김원웅 회장이 백선엽 장군과 군 전체를 매도하고 창군 자체를 부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항단연은 향군 사무실 앞에서 맞불집회를 열고 ‘향군해체’를 촉구했다.
백 예비역 대장은 6·25전쟁 당시 ‘다부동 전투’ 등을 승리로 이끌어 ‘6·25전쟁 영웅’으로 불린다. 그는 항일 독립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창설된 대대급 부대인 일제 간도특설대에 복무했던 사실이 드러나 친일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항단연과 향군은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과거 행적뿐 아니라 약산 김원봉 서훈 논란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향군은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김원봉 서훈 반대 입장을 낸 바 있다. 김원봉은 조선의열단장과 광복군 부사령관 등을 지내며 항일운동에 앞장섰지만 광복 후 월북해 국가검열상, 노동상 등 북한 정권 고위직을 지냈다.
반면 항단연은 김원봉이 이끌었던 조선의열단 100주년 사업추진위원회를 오는 9일 출범시킬 계획이다. 100주년 사업추진위 공동회장은 김원웅 광복회장과 함세웅 신부가 맡을 예정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