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앞두고 여야 의원들이 항일?애국정신을 재조명한 다양한 행사들을 주최하고 있다. 다만 야권에서는 ‘건국일 논쟁’을 다룬 토론회를, 여권에서는 ‘약산 김원봉 업적’을 재검토하는 학술회의가 각각 개최돼 역사적 공방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광복절, 제자리 찾자’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광복절은 대한민국 건국일인 1948년 8월 15일을 기념하는 날임에도 해방일인 1945년 8월15일을 기준년으로 삼아왔다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오직 친일 청산, 과거사 청산에만 매진하는 과거지향적인 행사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며 “‘한반도상 유일한 합법국가’ 지위를 획득한 건국기념일로써 광복절이 가진 의미는 퇴색된 채 단순히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뜻하는 날로만 기억되고, 기념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심재철 의원도 축사를 통해 “광복은 해방이라는 의미에 더해 국가가 성립되고 국권을 제대로 행사하게 되는 개념인데 우리는 해방과 광복의 두 가지 의미를 중첩해 8?15라고만 돼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1948년의 건국을 인정하지 않는다. 8?15의 이름은 광복절이지만 광복절이 어떤 의미인지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건국절 논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6년 이영훈 서울대학교 전 교수(경제학)가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라는 칼럼을 내 공론화됐고 이듬해 한나라당(한국당 전신) 정갑윤 의원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개칭하는 내용을 담은 국경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매 기념일만 되면 건국 시점을 상해 임시정부 수립일인 1919년 4월13일로 봐야한다는 진보진영 입장과 이승만 정부가 출범한 1948년 8월15일로 봐야한다는 보수진영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광복절이 지난 뒤에는 ‘약산 김원봉’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오는 20일 조선의열단 창단 100주년을 기념해 조선의열단과 약산 김원봉의 항일독립혁명을 학술적으로 재검토하는 국회 학술회의를 연다. 기조강연 ‘조선의열단 창단과 김원봉의 독립운동’과 ‘김원봉 서훈 무엇이 문제인가’ ‘중국인의 눈으로 본 조선의열단과 김원봉’등을 주제로 한 발표가 예정돼 있다.
안 위원장은 “그동안 정치적 논란 가능성 등의 이유로 논의가 부족했던 조선의열단과 약산 김원봉의 독립운동 업적을 재평가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항일독립혁명의 참모습을 알리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회의 주최 취지를 밝혔다.
앞서 지난 6월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약산 김원봉’을 언급하면서 정치권 내 논쟁이 일었던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고 평가했다.
김원봉은 1919년 의열단을 조직하고 1938년 조선의용대를 창설하는 등 일제에 대한 무장투쟁을 전개했다. 그러나 1948년 월북한 뒤 북한 정부 수립에 참여했다. 이후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기 대의원, 노동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 요직을 지냈다. 특히 6·25 전쟁에서 공훈을 세워 북한의 훈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