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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한국일보] 70년이 지나도 바로 세우지 못한 독립유공자 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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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8-16 11:06 조회6,55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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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 주석 이동녕 ‘ 2등급’ 대통령장, ‘3등급’ 헐버트 박사는 공적 단 1줄 

광복 후 혼란기에 허술한 자료로 평가… 현행법상 서훈 등급 변경은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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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대한광복회의 총사령관을 지낸 독립운동가 박상진 의사,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이동녕 선생, 고종의 밀사로 활약했던 호머 헐버트(Homer Hulbert)박사. 공훈전자사료관, 독립기념관 제공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을 지낸 이동녕 선생과 독립협회 부회장으로 만민공동회를 개최했던 월남 이상재 선생은 독립운동의 공을 인정받아 건국훈장을 받았다. 하지만 서훈은 2등급인 대통령장에 불과했다. 후손들과 기념사업회 관계자들은 정부수립 초기 허술한 자료를 토대로 결정한 서훈의 격이 적절하지 않다며 등급 재심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 당국은 요지부동이다. 현행법상 한번 결정된 서훈 등급을 변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란다. 정부수립 초기 어수선한 상황에서 한번 정해진 서훈 등급으로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들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건국훈장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조국 독립과 건국에 공로가 있는 선열들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수여한 서훈으로 모두 5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최고 등급인 1등급의 ‘대한민국장’은 현재까지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 도산 안창호 선생 등 31명이 받았다. 이동녕 선생과 이상재 선생의 경우 1962년 건국훈장 2등급인 ‘대통령장’을 받았다. 3등급인 ‘독립장’에는 대한광복회의 총사령관을 역임했던 박상진 의사와 고종 황제의 밀사로 활동했던 호머 헐버트(Homer Hulbert) 등이 서훈됐다.

문제는 건국훈장의 서훈이 혼란스런 1950~60년대 허술한 자료를 기초로 했다는 점이다. 이에 독립운동가 후손 등 관계자들은 당시 시대 상황을 감안할 때 공적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용희 우리역사바로세우기 운동본부 사무처장에 따르면 박상진 의사의 경우 주로 지하조직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서훈 당시 행적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후 새롭게 발견된 자료에서 대한광복회의 총사령관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동진 헐버트박사 기념사업회 회장도 “1950년 당시 헐버트 박사의 공적 조서를 확인해보니 ‘헤이그 밀사 파견 협력’이라고 딱 한 줄만 적혀 있었다”며 “당시 외국인들에게는 급하게 훈장을 수여하다 보니 심사가 특히 부실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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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 재심사 필요성 제기된 독립운동가 서훈.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런 사정으로 서훈 등급 조정을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았다. 1962년 3등급 독립장을 받은 유관순 열사가 대표적인 경우. 독립운동 업적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의 등급을 받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자 국가보훈처는 올해 3월 “국내뿐 아니라 세계인의 비폭력 저항 운동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이유로 추가 공적을 인정, 기존 훈장과는 별개로 1등급인 ‘대한민국장’을 추가 서훈했다. 지금까지 추가 공적 인정으로 이전보다 높은 등급의 훈장을 수여받은 사례는 유관순 열사와 여운형 선생 두 명뿐이다.

하지만 유관순 열사와 여운형 선생은 특별한 예외였다. 현행법상 재심사를 받을 수 있는 공식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아 서훈 등급 조정은 사실상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1963년 건국훈장 등을 수여하는 근거법인 ‘상훈법’이 제정된 이후 서훈 취소를 제외하고는 서훈 등급의 변경이 불가능하게 돼 있다. 상훈법 제4조는 “동일한 공적에 대하여는 훈장 또는 포장을 거듭 수여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독립운동가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서훈도 재조정돼야 한다는 게 유족 등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지난 2년간 상훈법상 서훈 등급 변경 관련 조항 개정안만 7건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지난 4월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공식적인 서훈 변경 절차를 마련하고, 새로운 공적 심사 시 추천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측 관계자도 “이승만, 박정희 정부에서 만든 상훈법은 비단 서훈 등급 변경 금지 조항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문제가 많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손 볼 필요가 있다”며 “등급 재심사뿐 아니라 부실 검증으로 공적을 인정받지 못했던 독립운동가들을 새롭게 발굴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