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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오마이뉴스] 광복군 김준엽이 만난 운암 김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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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8-25 18:38 조회10,64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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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암 김성숙 평전 26회] "외관으로 보면 승려와 같은 인상이지만 말문이 열리니까 대단히 열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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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광복군". 학도병으로 끌려갔다가 식민지 조국의 광명을 되찾기 위해 일본군을 탈영해 광복군에 합류한 "마지막 세대"인 노능서(魯能瑞)·김준엽(金俊燁)·장준하(張俊河)의 20대 시절 모습(왼쪽부터).  ⓒ 나남


김성숙의 임시정부시절 관련 기록은 별로 남아 있는 것이 없다.

환국 후 이정식 교수와 대담에서도 이 부분은 소략되었다. 연관 기록중에는, 일본군에 징집되었다가 탈출하여 임시정부를 찾아가 광복군이 되었던 김준엽(전 고려대학 총장)의 기록이 있다.

그와 그의 동지들은 광복군이 되고 충칭에서 틈나는대로 독립운동 지도자들을 찾아뵙고 지도를 받으려고 했다. 그리고 김구 주석을 비롯 임시정부 요인들을 초청하여 '강좌'를 들었다. 김준엽이 만났던 김성숙의 단면이다.


나는 우선 정당대표로서 '강좌'에서 빠진 조선민족해방동맹의 김성숙 선생을 찾았다. 꼬불꼬불한 중경의 언덕 뒷골목에 있는 그의 거처를 간신히 찾아갔더니 다행히도 그는 집에 있었다. 


'해방동맹'이라고 해야 김성숙 선생과 박건웅 씨 둘이서 이끄는 정당이었다. 박건웅 씨도 함께 만나게 되었는데 그들은 높은 언덕 위의 조그마한 죽제가옥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었다. 


중경에서의 소문은 그들이 진짜 '빨갱이' 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김원봉보다 훨씬 좌경했다는 뜻이다.

숨을 헐떡이며 집을 찾으니 김성숙 선생은 천만 뜻밖의 방문으로 여기면서 여간 놀라고도 기뻐하지 않았다. 그때 그는 49세(1896~1969, 호는 雲岩) 였지만 머리카락이 없는 넓은 대머리가 되어 나이보다는 훨씬 늙어 보였다.

"날보고 빨갱이라고 하는 데 나를 찾아와도 김 동지는 괜찮겠소?"

"저는 왜적과 싸워온 선배님들은 모두 존경합니다. 그리고 싸우는 방략이나 앞으로 건국이 되면 우리 민족이 어떤 길을 택해야 하는 방도에 대해서도 선배님의 고견을 듣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이것이 우리들의 첫 번 대화였다. 그는 나의 태도를 흐뭇하게 생각하였는지 손수 차를 끓여서 대접하는 것이었다.

"내가 진짜 빨갱이라면 왜 중경에 남아 임시정부의 국무위원으로 있겠어요? 나도 연안에 가려면 얼마든지 갈 수 있어요."

그는 강력히 자기는 지금 공산주의자가 아니라고 하면서 그가 겪어 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의 일생도 형극의 길이었고, 또한 공산주의자라는 평을 받을만한 대목도 있었다. (주석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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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산대학 시절 김규광(김성숙) 중산대학 시절 김규광(김성숙)  ⓒ (사)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김준엽은 김성숙의 독립운동 역정을 비교적 소상히 적으면서 "그가 '조선민족해방동맹'을 조직한 것은 1936년 40세 때였으며, 1942년에 임시정부의 내무차관에 취임하였다가 1943년에 국무위원이 된 것이었다."라 쓰고, 다음 글을 덧붙였다.

그는 국내의 절대다수가 무산대중인데 그들의 지지 없이 어떻게 나라를 운영할 수 있겠는가 하면서도 계급투쟁이나 폭력혁명은 반대한다고 하였고 또 나라의 독립이 까마득한데 언제 건국 후의 일을 생각하겠는가, 우선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 일본 제국주의의 노예가 되어 있는 동족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열띤 어조로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그의 외관으로 보면 승려와 같은 인상이지만 말문이 열리니까 대단히 열정적이었다.

"혹시  나에게 대한 것을 더 알고 싶으면 님웨일즈가 쓴 『아리랑의 노래』라는 책을 읽으시오. 그 책의 주인공(張志樂ㅡ註)은 나의 가까운 친구이며 오랫동안 함께 일한 동지이고, 그 책에서 말하는 중은 나요" (나는 이 책 《Kim Sam and Nym Wales, Song Of Ariran m The Life Story Of a Korea Rebel 1941. Joh Aay Co. New York》을 전후해야 비로소 읽었는데 책에 김성숙이라는 이름은 나오지 않지만, 주인공의 가까운 친구로서 금강산에 입산한 경력이 있는 승려생활의 배경을 가졌다는 인물이 바로 김성숙 선생이다). (주석 4)

주석
3> 김준엽, 『나의 광복군시절 下』, 448쪽, 나남, 1989.
4> 앞의 책, 4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