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지난 8월부터 '일제잔재 청산' 사업 시행 중임에도
경기도내 초교 3곳, 중학교 1곳, 고교 1곳 등의 교가 논란
이들 학교, 친일인명사전 등재된 윤극영·이흥렬·이은상 등이 만든 교가 사용
3개교는 교체여부 논의 예정이나 2개교는 계획없다가 최근 검토로 선회
경기도교육청 "문제 있어도 교체 강제 못하고 권고할 뿐"
사진 아래 맨 왼쪽은 친일단체인 강도성 협화회 회장을 역임한 윤극영. 가운데는 친일 음악단체인 '대화악단'과 '경성후생악단'에서 활동한 이흥렬, 맨 오른쪽은 친일행적과 친독재 전력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이은상.(사진=자료사진)
경기도교육청이 일제잔재 청산 사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내 5개 학교는 여전히 친일 행적이 확인된 작사·작곡가가 만든 교가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교내 친일 잔재를 파악하고 이를 시정하겠다는 목적으로 일제 잔재 청산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8월 14일 기자 브리핑에서 "올바른 역사의식과 정체성 확립, 민주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일제 잔재 청산 프로젝트에 나선다"며 "앞서 학교생활속 일제 잔재 발굴 조사를 벌였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경기도내 초등학교 3곳, 중학교 1곳, 고등학교 1곳 등 모두 5개 학교 교가의 경우 일제시대 음악활동을 통해 일본 제국주의를 찬양하거나 군국주의 야욕을 정당화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친일 작사·작곡가들의 작품이다.
시흥시에 위치한 A초등학교의 교가는 친일단체인 강도성 협화회 회장을 역임한 윤극영이 작곡했다.
안성시 B중학교와 용인시 C초등학교, 안양시 D초등학교, 화성시 E 고등학교 교가는 모두 이흥렬이 작곡했다. 이씨는 친일 음악단체인 '대화악단'과 '경성후생악단'에서 활동 했으며 일제말기 군국가요를 연주, 반주, 지휘했다.
화성시 E고교의 교가는 작곡(이흥렬) 뿐 아니라 친일행적과 친독재 전력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이은상이 작사했다.
이들 5개 학교 중 A·C 초교와 B 중학교는 교가의 교체여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D초등학교와 E 고등학교는 교체에 대한 계획이 없었으나 이달 들어 경기도교육청과의 협의를 통해 교체여부를 검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일인명사전.(사진=자료사진)
이들 5개 학교에서 여전히 친일잔재 교가를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구성원들의 교체반대의 입장과 함께 친일잔재라는 것을 몰랐을 가능성 등으로 분석 하면서 교가교체는 전적으로 학교의 자율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교육청의 '민주시민교육과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특위지원팀' 관계자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올해 친일잔재 청산이 이슈가 된 후 이들 학교의 교가가 친일잔재인 것이 부각됐다"며 "친일잔재 청산 여론이 우세하지만 동문 등 구성원들이 역사성 등을 따져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어 교가가 교체 안되고 사용됐을 것" 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친일잔재 등의 문제가 있어도 교가를 교체하는 것은 강제할 수 없다. 권고할 뿐으로 학교가 판단할 문제" 라고 덧붙였다.
교가 교체 절차는 해당 학교가 학생(동창회), 학부모, 교사에게 교체(안)를 안내한 후 이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게 된다. 그 결과에 따라 교체(안) 합의 후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의 심의를 받는다. 학운위 심의 완료 후 변경이 가능하다.
경기도와 달리 세종, 제주, 인천은 친일파 교가를 사용하는 학교가 한 곳도 없다. 전국적으로는 모두 189개교가 친일행적이 확인된 작사·작곡가가 만든 교가를 사용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의 이찬열(바른미래·경기수원시갑) 의원은 "학생, 교사, 학부모, 동문 등이 주체가 돼 일제청산을 위한 협의에 나서야 한다. 교육청 차원의 행·재정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체가 어렵거나, 일본인 교장 사진 등을 철거한 곳은 해당 자료를 단순히 폐기할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각 지역의 독립운동사 등과 연계해 교육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특히 "일본이 교과서 개정을 통해 역사 우경화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교육계에 불고 있는 친일 잔재 청산 바람이 일시적인 교육 사업을 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 교육의 밑그림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