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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연합뉴스] 김원봉 평전 쓴 소설가 이원규 "훈장 10개는 줘야할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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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11-07 10:05 조회7,52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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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 통해 14년만에 재출간…"마지막 책이라는 생각으로 집필"
김언호 대표 "김원봉은 우리 사회 숙제 같아…재평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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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산 김원봉 [한길사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훈장은 민족 전체가 축복하고 감사하는 분위기에서 줘야 하는데, 지금처럼 대립하고 논쟁하는 분위기에서는 줘서 뭐 하겠습니까. 그래도 언젠가는 서훈해야겠죠. 훈장 10개는 줘야 합니다."

14년 만에 김원봉 평전을 보완해 다시 펴낸 소설가 이원규(72)는 6일 중구 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김원봉 서훈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자 "책에 에필로그를 붙였다면 서훈 문제를 다뤘겠지만, 겁이 나서 못 썼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원봉을 언급한 것과 이번 책은 관계가 없다. 이미 쓰고 있는 단계였다"며 "마지막 책이라는 생각으로 집필했다"고 강조했다.

경남 밀양에서 1898년에 출생한 약산(若山) 김원봉은 항일 독립운동단체인 의열단과 조선의용대를 조직한 독립운동가다. 영화 '암살'과 '밀정', 드라마 '이몽' 등에 등장해 일반인에게도 친숙해졌다.

약산은 독립운동사에서 중요한 인물임은 틀림없지만, 해방 이후 월북해 국가검열상과 노동상을 지냈다. 국가보훈처 자문기구와 일부 독립운동단체들이 김원봉 서훈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찬반 논쟁에 휩싸였으나, 청와대가 포상이 어렵다고 발표해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서훈 논란과 무관하게 출판계와 학계에서는 김원봉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이원규가 한길사를 통해 출간한 '민족혁명가 김원봉'도 그 성과 중 하나다. 3·1운동과 의열단 창단 10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책 표지에는 "내 몸을 조국 해방의 제단에!"라는 문구가 인쇄됐다.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월간문학'과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원규는 1990년대 초부터 역사에서 지워진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 자료를 수집했다. 중국과 러시아 각지를 답사하고 쓴 글을 신문에 연재했고, 김원봉 외에도 김산·조봉암·김경천 평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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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혁명가 김원봉' 출판 간담회
 


왼쪽부터 김영범 대구대 교수, 소설가 이원규, 이동언 박사, 장세윤 박사. [한길사 제공]


 

그는 "2005년에 처음 김원봉 평전을 냈을 때는 논문이 10편 정도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10배는 많아진 것 같다"며 "소설이면 잘못된 부분을 고치지 않아도 되지만, 평전은 오류를 그대로 둘 수 없어서 납북 인사들에 대한 기록과 김일성 저작집까지 조사해 다시 썼다"고 말했다.

'민족혁명가 김원봉'은 김원봉을 포함해 독립운동가 200여 명을 다뤘다. 사료가 충분하지 않은 부분과 사실과 사실 사이 간극은 상상력을 동원해 소설처럼 재구성해 메웠다. 한길사는 이번 평전이 '팩션'(Faction)이라면서도 "이념에 좌우되지 않고 객관성을 유지했다"고 소개했다. 김원봉이 활동한 지역을 표시한 지도와 연보를 싣고, 주요 참고자료와 주석·사진도 충분히 넣었다.

이원규는 "2005년에는 사실 30%, 상상 70%로 채웠다면, 이번에는 내용 중 사실이 70%이고 상상은 30%"라며 "인기를 얻으려고 낸 책이 아니라 세상에 진실하려고 쓴 책"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김원봉은 월북 이후 행적이 잘 알려지지 않아 상상력으로 써야 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 특히 죽음은 1958년 청산가리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서술했는데, 김원봉의 정확한 사망 시기와 경위는 파악되지 않았다. 아울러 북한이 한국전쟁을 시작하는 데 대해 김원봉이 침묵했다고 기록했으나, 이 부분도 확실하지는 않다.

출판 간담회에 동석한 김영범 대구대 교수는 "북한에서 인간 김원봉이 겪었을 인간적 고뇌를 평전에 담았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오해할 정도로 팩트를 세세하게 담았다. 앞으로 김원봉 논문은 더 나오겠지만, 평전 형식 단행본은 이 책을 능가해 쓰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제는 조선이 한덩어리로 뭉치는 것을 두려워해 분열을 획책했지만, 김원봉은 이에 대항해 민족 대단결을 추진했다"며 "북한에서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숙청당한 김원봉의 삶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김원봉은 우리 사회에서 숙제 같은 인물로, 김원봉을 받아들이면 독립운동사의 정신과 사상 영역이 확장될 것"이라며 "김원봉에 대한 재평가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젊은 의열단 단원들이 목숨을 걸고 투쟁을 한 것이 대단하다"며 "독립운동가들의 집단 전기 같은 김원봉 평전을 많은 청년이 읽기 바란다"고 말했다.

psh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