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시스] 박다예 기자 = 친일 잔재 청산을 추진하는 경기도가 13일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역대 도지사의 친일 행적을 홈페이지에 명시했다.
이날 도에 따르면 도는 이달 9일 도청 홈페이지에서 역대 도지사의 약력과 친일 행적을 병기하기로 결정했다.
대상은 구자옥(具滋玉) 1대 도지사, 이해익(李海翼) 2대 도지사, 최문경(崔文卿) 6대 도지사, 이흥배(李興培) 10대 도지사 등 4명이다. 이들은 모두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렸다.
도의 기록에 따르면 구자옥 전 도지사(1946년2월~1950년7월 재임)는 일제를 찬양하고 일제의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논설을 발표하는 등 행위로 친일반민족행위 705인 명단에 포함됐다.
내무부 지방국장과 농림부 장관 이력이 있는 이해익 전 도지사(1950년10월~1952년9월)는 중일전쟁 전시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해 '지나사변(중일전쟁) 공적조서'에 등재됐다.
최문경 전 도지사(1960년5월~1960년10월)는 일본 정부로부터 '기원2600년 축전기념장'을 받았다. 도지사를 지낸 이후 외무부 대기대사, 국민대 명예교수, 부산유엔묘지관리소 소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이흥배 전 도지사(1963년12월~1964년7월)는 이해익 전 도지사와 마찬가지로 중일전쟁 전시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했다는 이유로 '지나사변(중일전쟁) 공적조서'에 등재된 사실이 있다.
일부 지자체가 친일 행적을 한 역대 지자체장의 사진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하거나 회의실 액자에서 내렸지만, 도는 사진 등 기록을 삭제하지 않고 친일 행적 병기를 택했다.
역대 도지사 기록을 지우는 것은 일종의 사실 왜곡이고, 기록 삭제 없이 친일 행적을 병기하는 것이 친일잔재 청산과 도민의 알권리를 위하는 길이라는 이재명 지사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도는 이번 주 도청 신관4층 대회의실에 걸린 역대 도지사 액자에도 친일 사실을 부기(附記)로 달 계획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친일 행적을 했다고 해서 역대 도지사의 사진을 떼내는 것은 도지사를 지냈다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내용을 요약해 인물 설명으로 달았다"고 말했다.
현재 도는 올해 친일을 목적으로 제작된 유·무형 문화 잔재와 활용 현황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결과를 토대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친일 잔재 청산 작업을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