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계획에 없던 퍼포먼스, 중단 요구할 것"
지난달 24일 파묘 행사에 후원금 일부 집행
국가보훈처가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가 추진하는 현충원 ‘친일파 파묘(破墓)’ 행사에 2500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12일 나타났다.
광복회와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등 일부 독립운동 단체는 친일 이력이 있는 현충원 안장 인사를 파묘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법상 이들 단체의 주장은 실현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부 부처인 보훈처가 이들 단체의 파묘 행사를 후원하는 꼴이 되자 정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기념사업회는 이날 국가보훈처와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후원으로 ‘친일과 항일의 현장 현충원 역사 바로 세우기’ 역사 강의와 탐방 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기념사업회는 그러면서 이번 행사에서 파묘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4명이 국립대전현충원에 있는데, 이들의 파묘 퍼포먼스를 할 것이라는 취지다.
기념사업회의 이번 행사에는 민주당 조승래·이상민 의원도 참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유공자의 현충원 안장을 지원하는 보훈처가 ‘현충원 파묘’ 행사를 후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 보훈처는 이번 파묘 행사를 후원한 적이 없고 기념사업회의 보훈처 후원 명칭 사용도 승인한 바 없다고 했다.
보훈처는 “기념사업회가 현충원 탐방 행사를 교육프로그램으로 신청해 예산을 지원한 것은 맞는다”며 “하지만 애초 계획에는 파묘 퍼포먼스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념사업회에 계획에 없던 파묘 퍼포먼스를 중단하고 원래 취지인 교육 탐방 행사를 진행하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공문을 보내 보훈처 후원 명칭도 사용하지 말도록 할 것”이 라고 했다.
하지만 보훈처는 기념사업회에 2500만원가량의 예산을 집행했고, 기념사업회는 이미 지난달 24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도 ‘친일파 파묘’를 주장하며 퍼포먼스를 했다. 보훈처의 일부 후원금이 파묘 행사에 사용된 셈이다.
당시 행사에는 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참석해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친일파를 현충원에서 파묘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고 했다.
◎ 조선일보 양승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