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들어 역사적 인물의 ‘공’과 ‘과’를 균형있게 살피지 않고 ‘과’만 부각시켜
적폐청산 대상으로 몰아가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친일반민족행위자’로
확정된 사람은 다른 큰 공로가 있어도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취지의 법안이 여당에서 발의돼 눈길을 끈다.
1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국립묘지
안장 배제를 핵심으로 하는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용민, 박용진, 송영길, 안민석, 정청래 등 민주당 동료 의원 13명이 발의에 동참했다.
전 의원은 발의안에서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확정된 사람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협력하여 민족에게 해를 끼친
사람이므로 비록 그 사람이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일지라도 국립묘지 영예성을 위해서
국립묘지 안장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법은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안장을 배제하고 있지 않아 향후 친일반민족행위자
가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또 전 의원은 “일제강점기에 일본 관동군 헌병으로 항일 독립투사들을 잡아들이고 민족
지도자이신 김구 선생의 암살을 사주하는 등 온갖 반민족 행위를 저지른 김창룡이
국립묘지에 안장되어 있는 등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국립묘지 안장에 관한 문제가 계속
불거져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사람으로 결정된 사람 중 안장대상심의위원회에서
국립묘지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결정된 자는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도록 규정함으로써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제고하려는 것”이라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일각에선 일제강점기 일본의 괴뢰국인 만주국 군인으로 활동했으나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국군에 투신, 6·25전쟁에서 빛나는 전공을 세운 백선엽 장군을 겨냥한 법안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문제는 백 장군의 경우 북한의 남침으로부터 한국을 구한 6·25전쟁 당시 북괴군을 사살한
공로가 친일 과오와 비교해 훨씬 더 크다는 점이다.
백 장군이 지휘한 작전 가운데 낙동강 방어선 사수를 위한 1950년 ‘다부동 전투’가 특히 유명하다.
당시 그가 이끈 국군 1사단이 얼마나 많은 북괴군 목숨을 빼앗았는지 그들의 시체가
산을 이루고 거기서 흘러내린 피가 강물 같았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미군은 백 장군을 ‘전쟁 영웅’이라고 부르며 경기도 평택시에 들어선 주한미군 신청사
내에 ‘백선엽 홀’을 별도로 조성하기까지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