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은 봉오동 전투가 일어난 지 100년째 되는 날이었다.
1920년 6월 7일 항일 독립군 연합부대가 중국 지린성 왕칭현 봉오동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둔 전투인 봉오동 전투.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그야말로 위대한 승리였다. 일본군 5만 명이 포위망을
좁혀오는 가운데 3000명 규모의 독립군은 지형을 이용한 치밀한 유인과 매복 전술로
봉오동 계곡과 청산리 어랑분지를 일본 군대의 무덤으로 만들었다.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끈 것은 바로 독립군 대장 홍범도 장군으로 포수 출신의 재빠른
사격 솜씨 때문에 ‘나는 호랑이’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봉오동 전투는 역사책에나 기록된 이야기일 뿐, 동아시아를 격동시킨 당시
전투의 의미와 독립군의 처절하면서도 담대한 항전, 민중들의 눈물겨운 지원과 희생에
대해 우리가 아는 바는 거의 없다.
이와 함께 홍범도 장군에 대해 자세히 아는 이도 드물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봉오동 전투 100주년을 기념해 홍범도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역사
소설이 출간됐다.
저자는 199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문단에 등단한 송은일 작가로 다양한 소재를
따뜻하면서도 예리한 시선으로 녹여 낸 『불꽃섬』, 『도둑의 누이』, 『매구 할매』,
『천개의 바람이 되어』 등 여러 장편소설과 조선 후기 영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 『반야』를 출간했다.
저자는 지난해 올해가 봉오동전투 100주년이 되는 해라는 사실을 접하고, 홍범도 장군에
대해 자신이 아는 바가 거의 없음을 실감하면서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료에서 만난 홍범도는 우리 민족의 혼을 보여준, 승리 역사의 산증인이었다며 그의 삶은
여과하거나 가공하지 않아도 되는 그 자체로 소설이자 영웅담이었다고 말한다.
책은 홍범도 장군의 다양한 면모와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흥미진진하게 더듬어 나간다.
작품에서 다시 되살려낸 홍범도는 백발백중 사격술로 일제의 심장을 겨눈 조선 최고의
스나이퍼이자 게릴라전과 기동전을 창안해 제국주의 군대와 맞선 전략가, 압록강을 넘어
수십 회의 국내 진공작전을 펼친 항일 전쟁 지도자로 그려진다.
작가는 시종일관 홍범도와 독립군 부대의 이야기와 숨 가쁜 전투 현장을 더듬어 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투만 그리는 것은 아니다.
항일전쟁 지도자로 거듭나기 이전의 인간 홍범도의 성장 과정을 여러 각도로 살핀다.
그는 아홉 살부터 머슴살이를 시작해 소년 나팔수와 제지공장 노동자, 승려 등을 전전하며
일제 치하 빼앗긴 땅에서도 가장 낮은 곳을 맴돈 외로운 청년이기도 했다.
책에는 홍범도의 연보가 부록으로 실려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조선의 명운이 다해가던 1880년대부터 청산리전투가 벌어진 1920년대를 배경으로
수많은 민중들의 삶과 사랑, 고뇌와 불굴의 용기를 책을 보며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