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5주년 맞아 `일제 잔재 청산` 전국 확산
경남, 도내지명 14건 바로잡고
일본인 명의 부동산 국가 귀속
광주시, 日신사 건물에 단죄비
울산은 애국지사 기념탑 건립
교훈·교가서 日흔적 찾아없애
경남도가 일본식 명의 재산을 일제히 조사해 부동산은 국고로 귀속하고,
일본식 지명은 우리 식으로 바로잡는 등 일제 잔재 청산에 나섰다.
명의자가 일본식 이름인 공적장부는 1만6822건으로 토지가 1만4755건,
건축물은 2067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도는 정비를 위해 한자로 기재된 옛날 대장과 등기부상 소유권 연혁을
조사해 `일본인 부동산`과 `창씨개명 된 한국인 명의 재산`으로 구분하고,
일본인 명의 부동산은 국가로 귀속할 예정이다.
땅 소유자가 일제시대에 창씨개명을 한 거라면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
특별조치법` 등을 활용해 후손들이 상속 등기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졌거나 왜곡된 `일본식 지명`도 변경한다.
도내에는 창원시 무학산·정병산, 진주시 영천강, 거제시 옥녀봉 등 14건
으로 이 중 사천시 봉대산은 지난해 안점산으로 변경됐다.
올해 광복 75주년을 맞아 전국에서 일본인 명의 부동산 국고 귀속, 일본
식 지명 변경 등 일제 잔재 청산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9일 각 지자체와 교육청에 따르면 전남도는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해 토지
대상, 등기부등본 등 `공적장부 일본 이름 지우기` 조사 사업에 들어갔다.
`공적장부 일본 이름 지우기` 조사는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일본인 명부
에 없어 현재까지 남아 있는 넉 자 이상의 일본식 이름으로 된 도내 2만
4000여 건 토지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75년간 소유권 변동이 없는 토지를 조사해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창씨개명한 사람의 토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해 국가 공적장부에서
일본식 표기가 없어질 때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충남도·경기도도 기초단체와 연계해 일본 이름 지우기 등 비슷한 일제
잔재 청산 작업을 벌이고 있다.
광주와 울산에서는 일본 신사(神社) 건물에 단죄비를 설치하거나 일제
시대 항거한애국지사를 기리는 대형 기념탑 건립에 나서면서 항일 독립
운동 정신을 기린다.
광주광역시는 광복 75주년을 맞아 국내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목조
신사 건물에 그 죄상과 내역을 담은 단죄비를 설치한다.
시는 오는 13일 광산구 송정공원 금선사 입구에서 친일 잔재 청산 단죄비
설치 행사를 개최한다. 금선사는 일제시대에 세워진 신사로 해방 이후
사찰로 바뀌었다.
김순흥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은 "신사는 일제가 조선인을 일본인
으로 만들고자 정신을 개조했던 장소"라면서 "전국에 보기 드물게 원형
이 보존된 신사를 활용해 일제가 어떻게 우리를 침탈했는지, 역사의 비극
이 재발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새기는 역사의 현장으로 활용해
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독립운동에 헌신한 애국지사를 기리는 대형 기념탑을 건립한다.
항일 독립운동의 정신을 기념해 친일 잔재를 청산하겠다는 의도다.
사업비 25억8400만원에 달하는 이 기념탑은 높이 30m 규모로 오는 9월
울산 남구 달동 문화공원에 선보인다.
교육계에서도 일제 잔재 청산 바람이 불고 있다. 교화나 교목, 교훈, 교가
등에서 일제 잔재로 지적되는 꽃이나 나무가 지정돼 있거나 친일 작사·
작곡가가 만든 교가를 사용하는 학교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경남교육청이 교육 현장의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한 교육사업의 일환으로
학교 내 일제 잔재 용어 사전 편찬 작업에 들어간다.
경남교육청은 올해 12월 사전을 발간하고 제작·보급해 학교생활, 교과,
교육행정 분야에 남아 있는 일본어식 단어들을 우리말로 바꿔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박동민 기자 / 박진주 기자 / 최승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