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유관순 기억으로만 그쳐선 안 돼
6월 항쟁까지 이어진 우리 민족의 DNA”
김 알렉산드라·최재형 선생·손기정 선수
그림 그리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 꼽아
“너무나 많은 독립운동가가 잊혔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친일 부역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광복 이후에도 그들이 권력을 누리며
영화롭게 살도록 해 준 사실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박시백 작가는 10일 서울 영등포구 광복회관 3층 대강당에서 열린 역사만화 ‘35년’
(비아북) 기자간담회에서 출간의 의미로 ‘기억’을 꼽았다.
책은 1910년 8월 29일 일본의 조선 강제병합부터 1945년 8월 15일 광복까지 35년
을 담았다.
앞서 300만부가 팔린 밀리언셀러 ‘조선왕조실록’(20권)을 완간한 2013년부터 시작해
7년이나 걸려 모두 7권으로 완간했다.
“일제강점기 35년사에 관해 일반인들 이상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그는 “그야
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공부하며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전작에서는 ‘실록’이라
는 명확한 자료가 있었지만, 일제강점기는 관련 자료들이 상충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무엇보다도 등장해야 할 인물이 너무 많았다.
박 작가는 “될 수 있으면 더 많은 독립운동가와 친일 부역자들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
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기억에 남는 인물로는 조선인 최초로 볼셰비키 혁명에 참여했다가 총살당한 여성 김 알
렉산드라, 연해주에서 큰 부를 일구고 독립운동을 위해 자신의 재산을 기꺼이 바친 최재
형 선생, 일장기 말소 사건 정도로만 기억하지만 여운형의 건국동맹 밑에서 활동한 손기
정 선수 등을 꼽았다.
그는 이렇게 수많은 인물이 살아낸 35년이 “우리가 사는 민주공화국을 탄생시킨, 자랑스
러운 우리의 역사”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미국의 원자폭탄으로 해방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35년은 그저 그런 역사가 아니에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부단한 투쟁의 역사입니다.”
박 작가는 전체 7권 가운데 3·1운동을 다룬 2권과 친일파를 추적한 7권을 꼭 읽으라고
추천했다.
3·1운동에 관해서 “그저 유관순 열사로만 기억하는 데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세계 민중운동사에서 찾기 어려운 혁명이었고, 4·19와 6월 항쟁까지 이어진 우리 민족의
DNA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7권에선 “당시 글이나 강연으로 ‘천황을 위해 전쟁터로 나가라’고 한 지식인들을 다룬다.
광복 이후에도 이어지는 이들에 관해 우리가 좀더 엄정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