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8일 '친일 청산' 내용 중심으로 채워진 김원웅 광복회장의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를 청와대가 사전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미래통합당 주장을 일축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합당 주장에 기반한 언론 보도에 대해 "(광복회장의 기념사는) 청와대와 무관한 것"이라며 "청와대가 사전에 보고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념사 내용은) 광복회장으로서의 입장과 생각을 밝힌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 광복회장의 기념사 정도는 청와대에 사전에 보고가 됐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그것에 대해서 청와대는 묵인하고 동조하는 입장인지 그것에 대해서도 제가 이 자리를 통해서 묻지 않을 수가 없겠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김 회장은 지난 15일 제75주년 8·15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친일 미청산은 한국사회의 기저 질환"이라며 "반성 없는 민족 반역자를 끌어안는 것은 국민 화합이 아니다. 친일 청산은 국민의 명령"이라고 강조해 정치권에 파문이 일었다.
한편 김 회장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친일 청산'을 주장하면서 관련 단체들이 극심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규탄 성명과 지지 성명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대한민국상이군경회는 앞으로 모든 보훈 관련 행사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을 배제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상이군경회는 이날 '김원웅 광복회장 망언에 대한 보훈단체 입장'을 통해 "12개 보훈단체들은 김원웅을 보훈단체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상이군경회는 "김원웅은 호국영령 앞에 백배사죄하고 광복 75년이 지난 지금 친일청산 미명으로 국론분열과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여론몰이를 획책하지 말고 즉각 사퇴하라"며 "민주당 의원들의 현충원 친일파묘법 추진 중단도 요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들은 김 회장 지지 성명을 내놨다.
이상설선생기념사업회(회장 이연우)는 "친일청산 없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운다는 것은 연목구어"라며 "이제라도 친일 청산을 요구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국민적 도리가 아닐 수 없다. 해방 75주년인데도 이를 청산하지 않는 것은 순국선열에 대한 도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무후광복군기념사업회(회장 채수창)는 "김원웅 광복회장의 친일반민족행위자 척결 주장에 대해 '이제는 과거청산보다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소리가 들린다"며 "그러나 이 소리는 해방 이튿날부터 나온 소리다. 그런 논리로 반민특위도 강제해산시키지 않았던가"라고 비판했다.
무후광복군기념사업회는 "아직도 일본은 우리 영토에 대해 야심을 보이는데 친일파에 대한 응징과 항일독립선열에 대한 제대로 된 예우가 없다면 또 국란이 닥쳤을 때 누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는가"라며 "친일반민족행위자 파묘를 통해 민족정기를 바로잡고 친일 잔존세력을 발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