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장군 흉상 육사 외부 이전에 반발 차원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독립운동가 윤기섭·이상룡 선생과 지청천 장군의 후손들은 오는 15일 육군사관학교가 선조들에게 수여한 명예 졸업증을 반납한다고 14일 밝혔다.
윤기섭 선생의 손자인 정철승 변호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내일 오후 3시 육사를 방문해 명예졸업증을 반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육사가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해 학교 밖으로 옮기고, 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 흉상을 교내 다른 장소로 이전하기로 한 결장에 대한 반발 차원이다.
육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3월 이들 독립운동가에게 "귀하가 몸소 보여주신 숭고한 애국심과 투철한 군인 정신은 위국헌신 군인 본분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관생도들에게 참다운 군인의 귀감이 됐다"며 명예졸업증을 수여했다.
정 변호사는 "육사는 쿠데타를 일으켜 헌정을 유린하고 양민을 학살한 자들을 존경스러운 선배로 선망하고, 만주군·일본군이 참여한 미 군정 군사영어학교를 자신들의 모태로 여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내일 명예졸업증 반납은 이제 독립운동가들의 고귀한 뜻을 계승하는 일에 육사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것을 정식으로 선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기섭(1887∼1959) 선생은 일제 강점기에 신흥무관학교를 만들어 군사 인재를 양성한 독립운동가다. 1943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군무부 차장, 1944년 임시정부 국무회의 생활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상룡(1858∼1932) 선생은 신흥무관학교 설립에 참여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냈다. '나라를 찾기 전에는 내 유골을 고국으로 가져가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순국했다.
지청천(1888∼1957) 장군은 1930년 한국독립군 총사령관에 취임해 중국의용군과 합세해 주로 하얼빈 부근의 북만주 일대에서 독립전쟁을 전개했다. 1940년 임시정부의 정규군으로 한국광복군이 창건되자 총사령관에 취임해 해방 직후까지 한국광복군을 총지휘했다.
앞서 육사는 지난달 31일 입장문을 내고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하고, 홍 장군 외 5위의 흉상은 육사 교정 내 적절한 장소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범도 장군 흉상의 외부 이전 장소로는 독립기념관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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