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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오마이뉴스] "해방과 동시에 사라진 이름, 대한민국 출발점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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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9-16 11:28 조회12,59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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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과 동시에 사라진 이름, 대한민국 출발점의 비극"


지난해 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KBS에서 방송한 다큐멘터리 <밀정> 2부작이

지난 8월 광복절 즈음 <밀정, 우리 안의 적>이라는 책으로 출간되었다. <밀정> 취재와

제작을 맡았던 이재석, 이세중 기자와 강민아 당시 작가(현 tbs PD)가 쓴 <밀정, 우리

안의 적>은 다큐 <밀정> 2부작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담았다.

< 밀정, 우리 안의 적> 저술 과정이 궁금해 지난 12일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이재석

KBS 기자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이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지난해 <밀정>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지난달에 이세중 기자, 강민아 PD와 <밀정,

우리 안의 적>이라는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책에 대한 반응이 있나요?
"잘 아시겠지만 좀 냉정하게 구분해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역사학계나 이쪽

분야에 관심 있어 하는 시민들, 네티즌들 그리고 이게 워낙 작년과 올해 특종상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우리 동종업이라고 할 수 있는 언론계 등에서는 반응도 좋고 관심도

있는 편입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일반적으로 봤을 때는 출판계가  책도 잘 안 팔리고, 팔린다 해도

자기계발서나 에세이 혹은 자산 관리 서적 같은 것 중심으로만 팔리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 책이 통합 베스트셀러 순위 오를 수 있는 그런 책은 아니고요."

- <밀정> 2부작으로 얼마 전 제47회 한국방송대상 시사 보도 TV 부문까지 상을 9개

정도 수상하셨잖아요. 예상하셨어요?
"웃자고 하는 소리입니다만 아홉 개가 아니라 지금까지 대략 14개 정도인가 상을

받았더라고요. 우리가 이렇게 상을 많이 받을 만큼 정말로 우리가 잘했는가, 물론

저희는 나름의 자부심이 있습니다만, 그런데 너무나 평가가 좋으니까 겸손함도 갖게

되고 그렇더군요.

잘난 척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반향이 있을 거란 예상을 미리 하긴 했습니다. 저도

기자 생활을 15년 정도 해왔는데, 이쪽에서 이렇게 일을 해오다 보면, 어떤 '취재의

단독성'이라든가 '사안의 시의성'이라든가 또는 '제작의 완성도'라든가 이런 측면에서

이게 어느 정도 충족 기준을 넘어섰다거나 혹은 못 미쳤다는 판단이 서거든요. 그런

저의 경험이나 느낌으로는 최종 <밀정> 2부작이 완성되었을 때 아까 말씀드린 그런

측면에서 충분히 반향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예상은 좀 막연하게 했었어요."

-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때와 책 쓸 때 느낌이 다르던가요.
"기존의 다큐멘터리를 토대로 책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다큐에서 우리가 핵심적으로

얘기했던 명제들이 책에도 그대로 녹여지긴 하죠. 이런 부분은 책을 쓸 때 기존의 큰

줄기를 가져오니까 편한 부분이 있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책을 쓴다는 것은 시대적

배경이나 인물 설명, 사건의 전후 맥락 등을 다 촘촘하게 풀어내야 되는 거거든요.

그러기 위해선 방송 때보다는 더 많은 학습이 필요하죠."

- 출판사 제의가 와서 출간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계획이 있었던 것인지요?
"둘 다였습니다. 방송 끝난 다음에 제가 지나가는 말로 이세중 기자와 강민아 당시

작가에게 책을 한번 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얘기했었는데 그때는 막연한

얘기이긴 했어요. 그런데 마침 출판사 몇 곳에서 저에게 출간 제안이 와서 집필하게

됐습니다."

"국가보훈처, 훈장 받을 만한 사람인지 전수조사한다더니 차일피일 미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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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석 제공


- 처음에 어디부터 집필을 시작하셨어요?
"기본적으로 챕터별로 좀 집필을 나누긴 했으나, 서문이라든지 큰 틀에서 밀정 관련된

얘기를 풀어내는 부분, 결말 부분 이런 것들은 아무래도 제가 썼고요. 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인물별로 챕터 구분이 되어 있거든요.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초고를 제가

다 받아서 다시 한번 종합적으로 손을 봤죠. 왜냐면 전체적인 톤이랄까, 그런 걸 좀

맞춰야 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 방송이 나가고 1년이 지났잖아요. 그사이 혹시 밀정으로 지목되신 분들 후손으로부터

반응이 있었나요?
"직접적인 후손분들의 항의는 없었고요. 다만 동명이인의 후손이 항의했었는데 저희가

동명이인이 있다는 것도 방송에서 다 밝혔거든요. 여하튼 저희가 고발한 사람들의

직접적 후손들의 항의는 없었습니다."

- 책이 다큐멘터리와 똑같이 '대한민국임시정부 초기 단체 사진'부터 시작하더라고요.

아무래도 다큐멘터리의 큰 틀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나요.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나요?
"저희가 책을 쓸 때 다큐멘터리의 순서를 의식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그 사진을 시작

부분으로 삼은 것은 아무래도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기 유일한 단체 사진이 밀정과

연관성이 있었으니까, 다른 무엇보다도 대중들에게 가장 눈길을 끌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어요.

다큐멘터리 만들 때도 그래서 그것을 가장 앞부분에 배치했죠. 물론 다큐멘터리를 본

사람들이 책을 읽는다면 시작점이 비슷하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어요."

- 인물별로 챕터를 나눴잖아요. 그렇게 한 이유가 있을까요?
"시대순으로 할 건지 아니면 인물별로 할 건지 여러 가지 구성상의 전략이 필요했는데

최종적으로는 인물별로 챕터 구분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일제 강점기가 36년

이라고 하잖아요. 그것을 시기적으로 구분하는 거는 대중들에게 큰 의미는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일제 강점기를 10년 단위로 끊어서 생각한다거나 시기적으로 엄밀하게 구분한다거나

이런 생각들을 우리는 잘 안 하죠. 보통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하기 때문에 대중들이

봤을 때는 시기를 구분하거나 지역으로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겠다고 판단했던

겁니다. 그보다는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인물들 중심으로 하는 것이 조금 더 접근하기

쉽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책에 보니 국가보훈처의 훈장 수여나 공적 조사에 대한 문제 제기도 하셨던데요?
"저희가 특히 많은 분량을 할애한 것은 건국훈장을 받으신 분들 가운데 밀정 혐의가

보이는 분들이잖아요. 물론 국가가 완벽할 수 없죠. 오류가 있을 수 있는데 과거 특히

1960년대 당시 워낙 졸속으로 부실하게 진행되었다는 지적이 많았잖아요. 그런 것들을

이번에 다시 한번 확인할 수가 있었죠.

또 하나의 문제를 말하자면, 작년부터 국가보훈처가 100주년을 맞아서 건국훈장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정말 그가 훈장을 받을 만한 사람인지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해에 원래 발표한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로

연기가 되고 차일피일 미뤄지기만 했습니다. 작년에도 발표가 안 됐고 올해도 지금

벌써 9월인데 지금까지 아무런 말이 없어요.

보훈처가 작년에 발표는 그렇게 해놓고 실질적으로는 그렇게 할 만한 조건이나 능력이

안 됐던 거죠. 보훈처 입장에선 작년 100주년에 맞춰 무언가 이벤트를 발표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우리가 이런 거 해보겠다'라고 야심 차게 밝혔다가 실제적 결과물은
없었던 것이죠."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역사에 대해 해야 할 일 계속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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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 할 수 없어서 못 하는 걸까요 아니면 의지가 없는 걸까요?
"'의지'라는 말이 애매한 표현인데, 그러니까 아예 할 생각이 없었다면 그런 발표도

안 하겠죠. 이런 측면에서는 의지가 있다면 있는 것인데 다만 예산·인력·시간 이런

것들이 필요한 거잖아요. 그러려면 결국에는 또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서 그 조직의

의지가 있어야 하거든요. 요컨대 의지가 아예 없는 건 아니고 그래서 하겠다고 한

거는 맞는데 그 의지가 얼마만큼 있고 얼마나 그것을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생각하고

발표한 것이냐 하는 부분이죠.

그동안 예산·인력·전문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는지 이 부분은 저희가

좀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는 것이죠. 국민들한테 그렇게 발표해 놓고 지금 하염없이

미뤄지고 있는 거니까요. 올해든 내년이든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고 건국훈장 받은

이들 중에 옥석을 반드시 가리는 게 필요한 거니까 보훈처가 작업을 좀 확실하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책에서 가장 중점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게 학술논문은 아니니까 방송에서 미처 말하지 못한 부분들을 얼마나 친절하게 잘

담아내는지 올해 광복절에 맞춰 출간하면서 대중들에게 지난해 우리가 던졌던 이슈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차원에서 책을 낸 거니까 대중들에게 얼마나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느냐 하는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었습니다. 최대한 친절하게 서술하려고 노력

했어요.

제가 서문에도 그렇게 썼어요. <밀정> 2부작 다큐멘터리를 본 사람이든 안 본 사람이든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요. 해당 인물이나 해당 시기에 대해서 궁금증

과 호기심을 자아낼 수가 있을 것 같아요. 많이 읽으셨으면 좋을 텐데 모르겠네요

(웃음)."

- 친일파는 그래도 누군지 알잖아요. 그러나 밀정이 해방 이후 사라졌다는 게 책에

나와요, 그게 더 문제 같은데요?
"그렇죠. 친일파는 공개적인 행보를 보인 사람들이고 밀정은 암약하는 사람들이니까

'해방과 동시에 사라진 이름'이라고 저희가 표현을 했거든요. 참 안타까운데 밀정을

발각한다는 게 참 쉽지가 않고 당시에도 그랬을 거 같긴 합니다.

당시 혼란스러웠던 해방정국에서 공개적 친일파조차도 청산을 제대로 못 했는데

암약하는 밀정은 더욱 찾아내기 힘들었을 거고요. 그런 게 비극이죠. 물론 대한민국의

비극이 한두 개는 아니겠지만 출발점의 비극이라고 볼 수가 있겠죠. 해방정국 당시

수많은 암살과 수많은 갈등과 그리고 역사 청산이 잘 되지 않았던 부분, 참 아쉽죠."

- 지금도 어느 정도 가능한지, 아니면 많이 늦었다고 봐야 하나요?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지났기 때문에 해방 직후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너무 많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겠죠. 특히 밀정의 경우 이런 이유 때문에 학계 연구가 그동안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했던 거잖아요. 참 어려운 작업인 건 분명합니다.

그런데 다만 국가라는 게 그런 거잖아요. 1~2년 안에 역사가 정리되는 건 아니니까

국가는 보수정권이 집권하든 진보정권이 집권하든 간에 과거 역사에 대해서 해야 할

일을 계속 이어서 해야 하는 것이니까, 다시 말해 연속성이라는 게 있는 것이니까

그런 작업이 꾸준히 있어야 하겠죠."

"기회 된다면 사료 발굴 토대로 고발성 역사 다큐 만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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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석 제공

 

- 책 마지막 부분에 보니 '3.1운동 계보도'에 등장한 주익 선생이 지난해 11월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으셨다는 소식이 있던데 보람이 있었겠어요?


 "두말하면 잔소리죠(웃음). 정말 큰 보람이 있었고 저희 취재진이 발굴한 자료에

의해서 추적 작업을 했고, 후손을 찾아냈고, 그 후손들이 저희의 발굴 자료를 토대로

서훈 심사를 요청했고, 그래서 뒤늦게나마 건국훈장을 받게 되신 거잖아요. 후손들도

기쁘셨겠지만 저희도 참 보람 있었고 기뻤고요."

- 계보도 관련해서 제보가 들어온 게 있는지 궁금해요.
"아쉽게도 저희에게 따로 들어온 제보는 없지만, 이제 학계나 보훈처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줘야겠죠. 이번에 주익 선생님을 비롯한 몇몇 분들이 훈포장을 받으실 때도

계보도가 유력한 근거 중 하나가 됐던 것이거든요. 이 자료를 토대로 좀 더 심도 있는

연구가 있어야 할 거 같습니다."

- '임시정부 초기 단체 사진'에도 알려진 사람 외에 모르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 부분에서도 제보가 혹시 없었나요?
"오래전 사진이라고 해도 확대해 보면 얼굴이 비교적 식별 가능한 수준으로 나옵니다.

상당수 젊은 사람들이 있잖아요. 임시정부 초기 궂은일을 도맡아 했던 젊은 실무자들

이라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저희가 평가를 했는데, 자기 할아버지가 사진 속에

있다는 식의 제보가 들어오면 좋겠는데 쉽지가 않네요. 워낙 비교할 만한 사진이 없어서

그럴 거예요.

예를 들어 제가 등장인물 중 한 분의 후손이라고 한다면 사진이 있어야죠. 그래야 그

많은 사람 중에서 '이 사람은 우리 할아버지와 얼굴이 비슷하네'라고 인식할 수 있고

추적이 시작되는 건데, 알다시피 상하이에서 그렇게 독립운동 하셨던 분들의 기록이

오랫동안 남아있기가 쉽지가 않죠. 일본에 자료가 많이 있으니까 추가 자료가 발굴되면

비교할 수 있는 대조군이 생기겠죠. 그러면 좀 더 신원 파악이 되고 후손들을 찾는 데도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말씀하셨는데 일본에 자료가 많잖아요. 책에 보니 여건만 된다면 일본에서 취재할

거리가 많다고 한 것 같던데, 혹시 밀정에 대해 더 취재할 계획이 있을까요?
"저도 <밀정> 2부작을 만든 다음에는 인사이동이 있어서 요새 사회부에 있고 최근에는

'함바왕 선거공작 의혹 보도' 같은 걸 하고 있습니다.(웃음) 다시 역사 관련 탐사보도를

한다는 것은 당장은 쉽지 않을 것 같고요. 큰 각오가 필요하고 예산도 필요하고 인력도
필요하고 시간도 필요합니다. 기회가 부여되어야 해요.


지난해는 워낙에 100주년이라는 국가적 대사가 있었고 KBS가 또 그런 것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공영방송이다 보니까 제가 거기에 몸을 던져서 뛰어들 수가 있는

여건이 조성됐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지긴 했죠. 그러나 몇 년 뒤에라도 또

기회가 된다면 사료 발굴을 토대로 한 고발성 역사 다큐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은

있죠.

저랑 늘 호흡을 같이 맞춰 주고 계신 김광만 연구원께도 제가 우스갯소리로 말씀

드리거든요. 2025년에 광복 80주년이 되는데 그때도 뭐 하나 좋은 걸 해보자고

농담 반 진담 반식으로 얘기하는데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웃음)"


◎ 오마이뉴스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