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안중근 의사는 영웅, 애국자 등으로 통한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는 암살자, 테러리스트 등의 평도 따른다.
안중근 의사에 관한 책들은 많다. 그러나 독립운동 과정의 의로운 행동 하나에만
초점을 맞춰 무작정 한 국가의 영웅으로만 치켜세우는 부분을, 저자들은 경계한다.
안중근 의사의 참다운 의미를 많이 놓치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 책 '스토리 안중근'은 양극단의 평을 받는 안중근에 대해 한일을 대표하는
지성이 모여 살핀 역사책이다.
하얼빈 의거와 논리 정연하고 당당했던 법정투쟁, 저술과 유묵 등에서 보여준
일관된 평화정신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한국 측에서는 '거사와 순국의 현장'을 있는 그대로 담았고 일본 측에서는
'이토 히로부미'로 대표되는 일본제국주의의 시대적 본질을 짚어나가면서
안 의사의 존재와 역할이 어떠했는지를 살핀다.
흥미로운 내용도 있다. 안중근 의사가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자신들의 영웅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조선의 범죄자인 안중근 의사를 오히려 존경하고,
감싸는 일이 있었다는 것.
담당 간수 치바 토시치, 여순감옥소장 구리하라 사다기치, 검찰관 야스오카
세이시로, 안중근 의사를 취조한 미조부치 타카오, 감옥의 교회사 치다 카이준
스님, 통역관 소노키 스에요시 등의 이야기다.
박귀언 여순순국선열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책을 통해 "이들은 안중근 의사의
구명활동까지 벌였다. 법원에 안중근 의사의 선처를 탄원했고 그가 '동양평화론'
을 완성할 때까지 만이라도 사형집행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안중근
의사에게 담배도 넣어주고 식사도 특식으로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관 야스오카 세이시로는 숨을 거두기 전 자신의 며느리에게 '안중근은
깊은 교양의 소유자'라는 말을 전했다. 이 말을 들은 며느리가 '초대 총리대신을
죽인 암살자를 그렇게 평가해도 될까요?'라며 놀랐다고 한다. 간수 치바 토시치는
'안중근씨 일본이 당신 나라의 독립을 위협하게 된 것은 정말 미안한 일이요.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깊이 사과한다. 나는 간수로써 당신 같은 훌륭한 분을
이렇게 대해야 하는 것이 매우 괴롭다'고 했다"고 부연했다.
나카노 야스오 전 일본아세아대학 교수는 "내가 안중근의 연구에 착수한 것은
일한 국제관계를 알기 위해서였지, 안중근의 인물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사를 연구하고 일본 근대사를 한국인 안중근의 눈으로 보게 되자,
비로소 아편전쟁 이후의 일본의 역사와 대일본제국의 괴물 같은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책은 안중근 의사가 일본으로부터도 '평화의 사도'로 인정받는 것이 양국 간
과거사 문제의 악연을 푸는 평화적 화해의 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시사한다.
여순순국선열기념재단, 406쪽, 청파랑,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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