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일운동사 정리방향과 관련있는 듯…"공산당 위주 정리"
(허룽=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일제 강점기 독립군의 최대 전과로 꼽히는 청산리
전투가 벌어졌던 중국 현장에 세워진 기념탑에 '조선인민의 독립운동' 비문이 떼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가 청산리전투 100주년 기념일(21일)을 앞둔 19일 중국 지린성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 허룽(和龍)의 청산리전투 기념탑을 찾았을 때, 탑 뒤쪽 벽면에 설치했던
건립취지문은 사라진 상태였다.
청산리전투는 1920년 10월 21~26일 일본군을 피해 백두산 기슭으로 이동하던
김좌진의 북로군정서군과 홍범도의 연합부대가 청산리 골짜기 일대에서 일본군과
싸워 대승을 거둔 무장 독립운동이다.
한중 양국은 2001년 전투현장 인근인 골짜기 초입에 화강암으로 된 17.6m 높이의
'청산리항일대첩기념비'를 세웠다.
건립취지문에는 원래 김좌진·홍범도 장군과 항일연합부대를 언급하면서 한국어와
중국어로 "동북지역 반일 무장투쟁 사상 새로운 시편을 엮음은 물론, 조선 인민의
반일 민족독립 운동을 주동한 역사로서 청사에 새겨졌다"는 평가가 적혀있었다.
또 "청산리대첩 80주년에 즈음해 옌볜지역 각 민족 인민은 이 기념비를 세워 선열
들의 충혼을 기리고 위업을 천추만대에 전한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건립취지문 석판 설치 당시 쓰였던 나사만이 녹슨 채 있었고, 청산리
전투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뿐만 아니라 기념탑 주변은 곳곳이 훼손되는 등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
한 접경지역 소식통은 "중국은 항일운동 역사를 공산당 위주로 정리한다"면서
"김좌진 장군은 공산당 측과 거리를 두다가 결국 살해됐는데, 이러한 점이 기념탑
주변 통제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