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온] 이완용 賞
‘훌륭한 일이나 잘한 일을 기리기 위해 주는 표적’이 상(賞)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런 상식을 뒤엎는 상도 많다. 잘못한 일이나 엉뚱한 행위에 주는 것으로 일종의 반어적 상이다.
많이 알려진 것으로 우선 이그노벨(Ig Nobel)상이 있다. 노벨상을 패러디한 것으로 가장 사소한 업적을 낸 과학 연구에 주어진다. 상 이름은 ‘저열한’ ‘수준 낮은’ 등의 뜻을 가진 영어 ignoble에서 가져왔다. noble의 철자와 발음이 Nobel과 흡사하다는 데 착안한 작명. 대표적인 수상자로는 ‘누드와 기억력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독일 과학자 슈테판 슈미트가 있다.
또 다윈상. ‘너무 멍청해서 스스로를 인류의 유전자 풀에서 제거함으로써 인류의 진화에 기여하는’ 이들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현금출납기를 털려고 폭발물을 장치했다가 스스로 폭사한 도둑 등이 수상 예. 아카데미 영화상을 희화화한 골든래즈베리(Golden Raspberry)상도 널리 알려져 있다. 아카데미상과 정반대로 최악의 영화와 영화인들을 뽑는다.
그런가 하면 비교적 덜 알려진 상으로 황금양털상, 빅브라더(Big Brother)상, 피가수스(Pigasus)상도 있다. 황금양털상은 윌리엄 프록스마이어 전 미 상원의원이 1975년에 만들었다. 국가나 지자체 등의 황당한 예산 낭비 사례에 수여한다. 영어 fleece가 명사로는 ‘양털’이지만 동사로는 ‘빼앗다’ ‘탈취하다’는 의미로 쓰이는 데서 상 이름을 따왔다.
빅브라더상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전능한 감시자 빅 브라더가 상명의 연원. 미국 등 17개국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침해·위협한 정부나 민간기관 또는 개인’에 주어진다. 그리고 피가수스상은 초자연현상이나 의사(擬似)과학을 내세운 사기행각이나 사기꾼에 수여되는 상이다. 당초 명칭은 이스라엘의 초능력자라는 유리 겔러의 이름을 딴 유리상이었다. 피가수스는 날개 달린 신화 속의 말 페가수스를 비튼 단어로 ‘날개 달린 돼지’라는 뜻.
이제 이런 기발한 상에 하나가 더 더해지게 됐다. ‘이완용 상’.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라는 단체가 국내 각계 인사 가운데 국익에 손해를 입혔다고 여겨지는 5명을 뽑아 이완용 상을 주기로 했다고 한다.
항단연은 이와 함께 올해 경술국치 102주년을 맞아 신(新) 을사오적도 선정해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일인 10월 26일 발표키로 했다. 이완용 상과 신 을사오적이 항단연의 의도대로 ‘국익과 친일에 대한 국민의 각성을 촉구’하는 촉매제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