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피해치유 돕는 '인권의학 전도사' 함세웅
| 기사입력
2012-10-21 04:41 | 최종수정
2012-10-21 08:55
대선후보 한-일 관계 역사관 공개질의 발표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한일협정재협상국민
행동,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 등 시민단체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에게 한-일 관계, 역사왜곡, 독도 문제 등에 대해 공개 질의를 하고 답변내용을 발표하는 기
자회견을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었다. 한일협정재협상국민행동 함세웅 상임대표가 경과보
"고문 가담자 공직진출 제한하는 법 만들어야"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이 시대 전체가 군사 독재로 인한 정신적 상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진실과 자기고백을 통한 치유가 필요해요. 국가 공권력에 의한 피해를 치료하는 김근태 치유센터가 필요한 것도 바로 그래서입니다."
21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인권의학연구소에서 만난 함세웅 신부는 인터뷰 내내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70년대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창립을 주도하고 군부 독재하에서 두 차례 옥고까지 치르며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함 신부가 인권의학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고문과정에서 의사가 하는 진찰은 의료행위가 아닌 정권에 부역하는 일이라는 이화영 인권의학연구소 소장의 말에 공감했어요. 조사실에서 의사들이 고문받는 사람의 혈압을 수시로 재는 것을 저도 봤지만 당시에는 문제라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함 신부는 2009년 7월 인권의학연구소 창립과 함께 이사장직을 맡고서 지금까지 인권의학 `전도사'로 활동 중이다.
지난 1월 고 김근태 의원 장례미사에서는 민주화 의욕에 앞선 나머지 김 의원의 고문 후유증을 배려하지 못한 자신을 반성하며 고문 피해자의 치료를 지원하는 치유센터 설립을 약속하기도 했다.
인권의학연구소는 최근 김근태 치유센터 설립 추진위원회 구성을 완료했으며 연내 집행기구를 조직, 센터 설립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유신 시절 24시간 도청·미행을 당하다 보니 성당에서도 검은 옷을 입은 청년들을 보면 섬뜩한 기분을 느끼곤 했습니다. 저와 같은 성직자도 이를 극복하는 데 15년이 걸렸는데 직접 고문을 당한 분들의 피해는 말할 필요도 없겠죠."
함 신부는 고문 피해자들이 겪는 정신적 외상을 완벽하게 치유하려면 가해자들의 반성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선 후보가 딸로서 아버지의 잘못에 대해 속죄하는 것은 윤리·도덕의 명령으로서 당연한 의무입니다. 박 후보가 아버지의 잘못을 고백할 때 독재자의 딸로서 그가 겪어야 했던 아픔과 상처도 치유될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의 과거 고문 경력을 폭로한 재일교포를 간첩이라고 지목했다가 무고 등으로 최근 법정 구속된 추재엽 양천구청장 사례를 들어 "보안사에서 고문을 담당했던 인물이 3선 구청장을 할 수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반성할 줄 모르는 인간성 상실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함 신부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고문 가담자의 공직 진출을 제한하는 법안을 정치권 등에 제안할 계획이다.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는 물질로 해결할 수 없는 마음의 상처입니다. 고문 등 국가 공권력에 의한 충격으로 사람·사회와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바로 인권의학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ro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