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일제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 등 근현대사 역사인식을 보여주는 일련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등 여권 내에서도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청와대는 당혹감 속에 추가폭로가 이어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일제히 지명 철회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발언=문 후보자는 지난 2011년 강연에서 “하나님은 왜 이 나라를 일본한테 식민지로 만들었습니까”라며 “아까 말했듯이 하나님의 뜻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너희는 이조 500년 허송세월을 보낸 민족이다. 너희는 시련이 필요하다”며 식민지배의 당위론을 주장했다. 같은 강연에서 문 후보자는 남북 분단에 대해 “그것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이듬해 강연에서는 제주 4·3 민주항쟁을 ‘폭동’으로 규정했다. 또 “조선민족의 상징은 아까 말씀드렸지만 게으른 거야.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지는 것 이게 우리 민족의 DNA로 남아있었던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당 내에서도 발끈=새누리당은 불안감 속에 상황전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12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우리가 좀 잘해보자, 앞으로 미래 지향적으로 우리 민족이 더 잘하자’는 뜻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말 몇 마디를 갖고 그의 삶을 재단하고 생각을 규정하려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초선 의원 6명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문 후보자의 즉각적인 자진사퇴를 촉구한다”면서 “인사검증에 실패한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이고 대대적인 손질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문헌 의원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 사람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의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야권은 ‘최대의 인사 참사’로 규정=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일본 극우 교과서보다 더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 발언이다”며 “이번 인사는 건국 이래 최대의 인사참사”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대통령께서 문 후보자의 입장에 동의하는 게 아니라면 더는 국민 마음에 상처주지 말고 인사를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한길 공동대표도 “국무총리 내정자의 친일 반민족적 역사관·국가관이 국민을 놀라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도 트위터에서 “총리감은커녕 국민감도 못 되는 사람이니 청와대 수석 인사로 넘기려 하지 말고 빨리 지명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 출신 새정치연합 강창일·김우남·김재윤·장하나 의원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 “문 후보자가 4·3을 폭동으로 규정하는 망언을 한 것은 자질에 심각한 하자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총리 지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역사정의실천연대와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문제가 된 발언들은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망언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으로 군국주의자들이 침략을 합리화하기 위해 펴는 논리”라며 “이런 발언을 한 사람이 어떻게 총리가 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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