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태형 기자 =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과거 발언과 관련해 12일 '유감'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파장은 심상찮은 분위기로 향해가고 있다.
문 후보를 향해 야권은 물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노동계, 시민단체, 일부 여권 의원들까지 가세해 퇴진 압력을 넣고 있다. 새누리당의 공식입장은 "인사청문회에서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야권과 진보단체들은 청문회까지 갈 것 없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명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문 후보측은 문제가 된 교회 강연 발언을 KBS측이 '의도를 갖고' 편집을 했다면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측은 이날 저녁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악의적이고 왜곡된 보도내용 대부분이 동영상 전체를 시청하거나 전체 텍스트의 문맥을 파악하지 않고, 특정 글귀만을 부각시켰다“면서 "문 후보자의 온누리교회 발언 동영상을 일부 언론이 악의적이고 왜곡된 편집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공식 논평없이 사태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김기춘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를 갖고 문 후보의 과거발언 논란 사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문 후보 문제가 논의됐다"고 말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어젯밤 상황은 다 파악하고 여론 추이도 충분히 보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문 후보자 발언 논란과 관련, 공식 답변을 자제한 채 "(문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준비 중인) 총리실에 문의하면 더 많은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문 후보자는 지난 2011년 자신이 장로로 있는 교회에서 한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관한 강연을 하면서 '일제 식민지배가 하나님의 뜻'이란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돼 파문이 일고 있다.
문 후보자는 강연에서 "하나님은 왜 이 나라를 일본한테 식민지로 만들었냐고 우리가 항의할 수 있겠지. 속으로. 아까 말했듯이 하나님의 뜻이 있는 거야. 너희들은 이조 5백년 허송세월 보낸 민족이다. 너희들은 시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남북분단을 만들어 주셨어. 저는 지금 와서 보면 그것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 우리 체질로 봤을 때 한국한테 온전한 독립을 주셨으면 우리는 공산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고 발언한 부분과 제주 4·3 사건을 '폭동'으로 언급해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서울대에서 진행된 '저널리즘의 이해' 수업 중 "우리나라는 예전과는 다르게 선진국 반열에 올랐기 때문에 굳이 일본의 사과를 받아들일 정도로 나약하지 않은 국가가 됐다"면서 "일본으로부터 위안부 문제 사과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정의당 등 야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지명철회를 요구하며 인사청문회를 거부하겠다며 격앙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이날 긴급의원총회에서 "문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책임총리를 수행할 능력과 의지, 역사인식, 통합정신 등 여러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며 "대통령이 문 후보자 입장을 동의하는 게 아니라면 더 이상 국민 마음에 상처 입히지 말고 이 인사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위안부 할머니, 제주지역 야권, 독립운동가 협회 등도 박 대통령의 문 후보 지명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88) 할머니는 "일본을 두둔해서 말하는 것은 옛날에 우리나라를 팔아먹은 사람이나 하는 것이다. 일본을 위해서 말하는 것이지 우리나라를 위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다"며 "국무총리 자격이 없는 문 후보를 임명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제주지역 야권도 "제주 4·3을 공산반란군이 일으킨 폭동으로 규정한 문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 대상조차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역사정의실천연대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후보자의 발언들은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망언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학계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크게 분노하고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박 대통령에게 문 후보에 대한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기독교 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국정운영을 책임져야 할 총리 후보 지명자의 이러한 발언은 우리 민족의 역사를 부인하는 것이며, 심각하게 왜곡하고 폄하하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역사관을 가진 사람이 총리가 된다면 또 하나의 큰 국가적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밖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역사연구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진보단체를 중심으로 문 후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지명철회를 요구했다.
여기에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까지 문 후보자에게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초선 김상민·민현주·윤명희·이자스민·이재영·이종훈 의원은 이날 오후 공동성명을 내고 "국무총리와 같은 국가 지도자급 반열에 오르려면 무엇보다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확고한 역사관을 지니는 것이 기본"이라며 문 후보자 사퇴를 요구했다.
한편 이날 오후 새누리당은 "문 후보자 논란은 인사청문회에서 검증해야 한다" 공식입장을 내놨다.
박대출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발췌 내용 위주로 보도가 되면서 전체적 발언 취지가 잘못 전달돼 안타깝다"면서 "문 후보자의 국가관, 민족관 등에 대한 의문은 인사청문회에서 낱낱이 밝혀내고 검증하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문 후보는 이날 자신의 과거 발언과 기자 시절 일부 칼럼에 대해 "오해를 불러일으킨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문 후보자 측은 "논란이 되고 있는 글들은 언론인 출신의 자유 기고가로서 쓴 것이고, 강연은 종교인으로서 교회 안에서 한것"이라며 "그런 점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생긴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로서는 현재 언론을 통해 문 후보자에 대한 추가 폭로보도가 나오는 지, 문 후보자의 해명 등을 예의 주시하며 향후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