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성 짙은 밸런타인데이 대신 애국지사 안중근(토마스) 의사를 기억하는 날로 만듭시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매년 2월 14일을 ‘밸런타인데이’ 대신 ‘안중근 의사의 날’로 호칭하자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밸런타인데이의 기원은 가톨릭에서 출발했고, 안중근 의사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재조명 받고 있어 교회 내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터넷 SNS 등에서는 지난 2월 14일을 맞아 “초콜릿을 주고받는 밸런타인데이 풍습은 일본 제과업체가 1960년대에 급조해 만든 것”이라며 “2월 14일은 밸런타인데이보다는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날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네티즌들에 따르면 원래 성(聖) 발렌티노(Valentine) 축일로 연인끼리 사랑을 고백하는 순수한 의미를 띤 밸런타인데이가 관련 기업의 상술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또 1910년 2월 14일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므로 그 뜻을 기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 홍보 전문가로 활동해 온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이 같은 주장에 불을 지폈다. 서 교수는 2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Facebook) 계정을 통해 안중근 의사와 안 의사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 일화를 카드뉴스로 제작해 공개했다.
카드뉴스에는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은 뒤 조마리아 여사가 수의를 제작해 중국 뤼순 감옥으로 보낸 이야기, 안 의사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 내용 등이 담겼다.
서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굳이 안중근 의사 사형 선고일까지 기억해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그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밸런타인데이에 대한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경기도교육청이 ‘밸런타인데이에 안중근 의사가 사형 선고를 받았다’는 내용으로 역사의식을 고취하는 신문 광고를 싣기도 했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한일협상 논란과 일본 정치 우경화 문제 등과 맞물리면서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가톨릭대학교 안중근 연구소 이경규(역사학과 교수) 소장은 “가톨릭 신자이며 세계 평화를 기원했던 안중근 의사를 잘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인터넷 여론에 대해 “변질된 물질문화 대신 평화와 민족정신을 되살리는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