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달 31일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을 발표하며 현장검토본의 오류 등 760건을 수정·보완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최소 1천건 이상을 고치고도 오류를 축소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고교 <한국사> 국정교과서 최종본 5~7단원(164~298쪽)과 지난해 11월 공개된 현장검토본을 비교·분석한 결과, 교육부가 발표한 내용 외에도 312건이 추가로 수정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연구소 관계자는 “고교 교과서 중 일부만 분석한 결과가 이런데 고교 교과서 전체와 중학교 <역사1> <역사2>까지 포함하면 교육부가 고치고도 누락한 부분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분석 내용을 보면, 교육부가 단순 오·탈자를 수정한 부분도 있지만, 단원 소제목을 바꾸거나 사실관계에 대한 서술을 고치고도 수정대조표에서 누락한 부분이 다수였다. 현장검토본에서 ‘새마을 운동의 전개’라는 소제목을 최종본에서 ‘새마을 운동과 산림녹화 사업’(270쪽)으로 고치고, ‘장면 내각의 수립(1960.8.23)’이란 사진설명을 ‘장면 내각의 1961년 국무 위원 시무식 기념사진(1961.1.1)’(262쪽)로 고친 것이 대표적이다. 이산가족 상봉을 설명하며 “2000년부터 2015년까지 ‘50000명’ 정도가 상봉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 부분도 ‘2만3천여명’(287쪽)으로 수정했다.
특히, 북한의 대남 도발을 설명하며 “서해 북방 한계선(NLL)을 북한이 세 차례 침범하여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하였다”고 쓴 대목을 “북한은 서해 북방 한계선(NLL)을 침범함으로써 세 차례에 걸쳐 남북간 교전을 야기하였고,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하였다”(288쪽)로 바로 잡았는데도 수정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연구소는 “사실관계를 고치고 문장을 완전히 다시 쓴 부분도 수정 건수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과오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려는 얕은 술수란 비난을 받기 충분하다”며 “수정 사실을 대대적으로 은폐한 것도 문제지만 국정교과서에는 공개되지 않은 오류와 비문이 여전히 수두룩하게 남아있어 이 교과서가 연구학교에서 쓰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정교과서 개발을 맡은 교육부 산하 국사편찬위원회 관계자는 “국립국어원의 어문감수를 받으면서 오탈자를 고치거나 문장부호를 넣은 것은 사실관계를 바꾸거나 오류를 잡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정목록에 포함시키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제외했다”면서도 “사실관계를 고쳤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추가로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고교 한국사 검정교과서 필자협의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는 역사교육을 황폐화시킨 잘못을 사과하고, 국·검정 혼용정책을 폐기해 검정제도를 정상화하라”고 촉구했다. 8일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9일과 10일에는 각각 전태일재단과 항일독립운동가단체협의회가 국정교과서 철회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