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새 학기부터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을 희망하는 연구학교 선정을 두고, 끝까지 계획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교육부와 이를 반대하는 일부 시민 단체의 신경전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를 사용할 연구학교 신청 사례가 한 곳도 나오지 않자,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각 시도 교육청에 조속한 지정 절차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부총리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담화에서 "일부 교육청은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 여부에 대한 단위 학교의 선택 기회마저 원천 봉쇄하기 위해 필요한 공문조차도 시달하지 않고 있다"며 "서울, 경기 등 8개 교육청은 오늘(10일)까지 공문을 단위 학교에 시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연구학교 신청률이 저조한 이유로 ‘일부 방해세력’을 꼽았다. 이 부총리는 "일부 시민단체는 검정 역사교과서의 편향성 문제는 묻어둔 채 학계 내에서조차 아직 정리되지 않은 내용을 근거로 국정교과서를 부실교과서로 낙인찍기 위해 계속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처음 연구학교 계획을 세우면서 시도 교육청에 확인했을 때만 해도 상당수 학교가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겠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이후 그러한 방해 활동으로 두려워하고 위축돼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했다.
이 부총리는 앞으로 일부 단체에서 국정교과서의 자율 선택권을 방해할 경우, 법적 조처를 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소위 전교조를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는 단위 학교의 교과서 선택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동을 즉시 중단하기를 바란다"며 "시민단체가 지위를 이용해 학교에 압박을 가하는 행위가 있을 땐 학교의 정상적 운영에 방해된다고 보고, 주거침입죄나 업무방해죄 등 형사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연구학교가 단 한 곳이어도 시행하겠다는 계획도 분명히 밝혔다. 이 부총리는 "처음엔 20% 정도의 학교는 신청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단 한 곳이 되더라도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역사교과서 편향성 논란과 이념 문제를 극복하고자 처음으로 현장검토본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면서 "더는 학교 현장이 교과서로 인해 갈등과 혼란을 겪어선 안 된다"고도 했다.
하지만 교육부 계획과는 반대로,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연합회)는 같은 날(1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정책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 "최종본에서만 653건의 오류가 발견됐고, 역사적 사실이 다른 명백한 사실 오류도 195건"이라며 국정교과서 폐기를 주장했다. 연합회는 “(교육부가) 총 760건(고교 한국사 450건)을 수정·보완했다면서도 학계가 지적한 중요한 내용상 오류는 바꾸지 않았고, 오탈자나 사진을 수정하는 데 그치는 수준이었다"고도 했다.
연합회는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추진 행위를 ‘역사쿠데타’로 비유했다. 연합회는 "이런 수준의 한국사 교과서를 폐기하지 않고 '연구학교' 지정과 국검정교과서 혼용방침을 유지하는 것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면서 헌법마저 부정하는 ‘역사쿠데타’"라고 말했다.
이날 연합회가 공개한 국정교과서의 명백한 사실 오류(역사적 사실과 다른 잘못) 내용은 총 195건에 달한다. 일례로, '후삼국 통일 이후 태조는 조세 감면을 시행했다'(80페이지)고 표현됐으나 고려 태조가 조세 감면을 한 것은 건국 직후인 918년부터였고, '미국은 10월 유엔 총회에 한반도 문제를 상정했다'(251페이지)고 서술했으나 유엔 총회는 10월이 아니라 9월이라는 등이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교육부가 국정교과서로 사회적 갈등만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교육청은 이날(10일) 입장문을 내어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로 지속되는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더욱 격화시키는 장관 담화문을 발표했다"며 "교육부는 국정역사교과서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혼란 조장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연구학교 지정을 위한 교육부 협조 요청과 관련해서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일선 학교에 공문을 알리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교육청은 "다른 연구학교 지정 절차와 마찬가지로 연구학교선정심의회 심의 절차를 정당히 밟았고 심의에서 연구학교 운영 부적합 결과가 나왔다"며 "부적합 판단을 받은 사안의 경우 학교로 신청 공문을 발송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