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에 전지현? 실제 여성 독립군, 셀 수 없어…
72주년 광복절 맞아 '여성독립운동가·위안부 피해자 추모 집회' 열려
72주년 8.15 광복절을 맞았다. 아직 우리에게 독립투사는 '강직한 남성'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민족을 위해 헌신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점차 재조명받고 있다.
김마리아는 구한말 태어난 엘리트였다. 일본 동경여자학원과 미국 시카고대학 등에서 유학하고 사회학 석사를 받았다. 그러나 안락한 삶 대신 독립운동을 택했다.
김마리아는 일본 유학 도중 졸업을 포기하고 귀국해 3.1 만세혁명을 준비했다. 1919년 2월8일 독립선언문을 쓴 중심 인물이기도 하다. 김마리아는 수차례 일본 경찰에 검거돼 고문을 당하면서도 독립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광복을 앞둔 1944년 결국 고문 후유증 등으로 순국했다.
독립운동가를 그린 영화 '암살'의 실제 인물인 남자현은 3.1 운동 이후 만주로 건너 가 독립운동과 여성운동을 이끌었다. 만주국 전권대사 무토 노부요시를 사살하려다 붙잡혀 순국했다. 남자현은 우리나라 독립투쟁사에서 암살 등 비밀 무장투쟁을 벌인 대표적 여성이다.
윤희순은 최초 여성 의병장으로 활약한 인물이다. 1905년 을사조약 체결에 분노해 여성들을 모아 '안사람 의병대'를 만들었다.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군사 훈련을 하고 탄약제조소를 직접 운영해 탄약을 공급했다. 안경신은 1920년 임신 7개월의 몸으로 평남도청과 평양경찰서에 폭탄을 던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이처럼 유관순 열사 외에도 여성 독립운동가는 셀 수 없이 많다. 숙식을 제공하고 독립군 군복·화약을 만들고 도피자를 숨겨주거나 자금을 모으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한 여성들도 많았다. 여성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에 비해 그동안 우리의 관심은 저조한 편이었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3시30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기 위한 추모 집회가 열렸다. 여성독립운동가의 시대 정신과 의지를 계승하려는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에서 주최했다. 이날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씨에도 이종걸·김상희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10대 청소년 등 600여명이 집회에 참석했다.
이날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는 여성독립운동가 292명의 초상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국가보훈처로부터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여성이 모두 292명이다. 아직 전체 1만4197명의 2%에 불과하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여성독립운동가를 대중에게 알리고 아직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선열들을 발굴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은 여성운동가 292명의 초상화를 들고 광화문광장에서 서대문형무소까지 행진했다. 이후 초상화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 전시돼 일반 대중에 공개한다.
이날 '제5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집회와 행사도 열렸다. '일본군 성 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500개의 작은 소녀상을 전시하고 문화 공연을 진행했다. 한일 위안부합의 무효를 주장하며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요구하기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 한일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천주교 전국행동'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청계광장 소라탑 앞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미사를 진행했다.
이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오후 6시부터 7시30분까지 서울 청계 광장에서 '나비, 평화를 노래하다' 집회를 연다.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의 노래 공연 등이 진행된다. '세계 위안부의 날'은 1991년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 위안부 피해 사실을 대중 앞에 증언한 날로 2012년 지정됐다.
방윤영기자 byy@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