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적폐청산과 종단개혁을 위한 범불교도대회’ 참석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적폐청산 자승퇴진’ ‘종헌수호 청정종단’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조계종 적폐청산과 종단개혁’ 범불교도대회 열려 |
총무원장 퇴진·직선제’ 촉구
“청정승가공동체 구현할 것”
전국승려대회 추진 결의 다져
‘범불교도대회 봉행위원회(대회장 청화·월암스님)’가 14일 오후 서울 조계사 앞에서 ‘조계종 적폐청산과 종단개혁을 위한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범불교도대회에는 조계종의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며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스님 200여명과 불자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그동안 범불교도대회는 조계종 총무원 차원의 행정조직인 범불교도대회준비위원회가 진행했었지만, 이번에는 명진스님 측의 스님들과 재가자들이 주축이 돼 추진됐다. 이 중에는 현 조계종 스님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회에 참석한 불자들은 “봉암사 결사와 1994년 종단개혁의 정신을 계승해 조계종에 켜켜이 쌓인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며 “종단을 개혁해 청정한 승가공동체를 반드시 구현하겠다”고 결의했다.
▲ ‘조계종 적폐청산과 종단개혁을 위한 범불교도대회’ 참석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자승 OUT’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참석자들은 조계종 집행부를 향해 ▲총무원장 직선제 즉각 실시 ▲조계종 적폐 청산 ▲자승 총무원장 즉각 퇴진 ▲재정 공영화를 통한 투명 운영 ▲출가에서 다비까지 스님들의 안정적인 수행생활 보장 등을 촉구했다.
범불교도대회 봉행위원회 대회장 청화스님은 종단 지도부를 향해 “불자인구 300만명 감소보다 더 슬픈 것은 반성할 줄 모르는 종단 지도부”라며 “불자들이 불교의 반성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고, 스님들이 단식으로 항의했지만 저항의 목소리를 침묵의 카르텔로 막고 오히려 왜곡하며 조롱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소설가 조정래 작가는 연대사를 통해 “부처님께서는 수많은 가르침을 주었지만, 그중 가장 강력하고 간절하게 가르친 한 마디는 ‘탐욕을 버리라. 탐욕이 너를 망칠 것이다’라는 말씀이었다”며 조계종의 현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어진 연대사에서 김종철 녹색평론 대표는 “불교가 바뀌어야 우리의 정신문화가 바로 선다”며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의 간절한 염원으로 불교계가 빠른 시일 내에 민중을 가르치는 자격을 갖춘 종단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조계종 적폐청산과 종단개혁을 위한 범불교도대회’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봉행된 가운데 허정스님이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허정스님은 12일째 단식 중인 대안스님에게 단식 중단을 호소하며 “오늘부터 (내가) 단식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범불교도대회는 끝이 아니다. 우리의 뜻이 관철되기 위해선 승려대회가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정스님의 말처럼 조계종 개혁을 외치는 스님들의 단식은 계속되고 있다. 명진·효림스님에 이어 전국선원수좌회 용상·대안스님 등이 나서 우정총국 앞에서 릴레이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조계종 적폐청산’ 바람은 불교계를 넘어 시민사회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날 법회를 마무리하는 의식인 사홍서원은 ‘조계종의 적폐청산이 이뤄진 이후에 하겠다’는 주최 측의 뜻에 따라 이뤄지지 않았으며 대회 후 참가자들은 문화예술 ‘한바탕’ 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청계천 광장까지 행진했다.
이들이 조계종 적폐청산을 외치기 시작한 이유는 조계종이 전문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스님 80.5%가 직선제를 원한다고 답했음에도, 종단이 오는 10월 열리는 제35대 총무원장 선거를 간선제로 치르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출·재가 단체들을 중심으로 ‘청정승가공동체 구현과 종단개혁을 위한 연석회의’가 구성됐다.
연석회의는 그 동안 조계종의 10가지 적폐를 주장해오며 지난 7월 28일 ‘조계종 적폐청산’을 외치는 첫 촛불법회를 열었다. 이 촛불법회는 3차 때부터 1000명이 넘는 스님과 불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7일로 7번째를 맞았다.
이날 범불교도대회도 지난 8월 31일 열린 제6차 촛불법회에 참석한 사부대중이 ‘종단개혁을 위한 범불교대회를 개최하자’고 결의하면서 열리게 됐다.
범불교도대회에 이어 전국선원수좌회가 결의한 전국승려대회도 열릴 예정이어서 총무원장 선거 전까지 개혁세력이 얼마나 세를 규합할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