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독립열전] ㉑ 우근 류자명

류자명, 끝내 다시 보지 못한 ‘고향의 달’

<앵커>

(임지윤) 김정민 기자는 달을 보면 혹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김정민) 음. 예쁘다? 소원 빌고 싶다?
(임지윤) 그렇죠. 얼마 전 민족 대 명절인 한가위를 맞이해서 저도 보름달을 보며 ‘취업 시켜주세요’라는 소원을 빌기도 했는데요.
(김정민) 그런데 갑자기 달은 왜 물어보시나요?
(임지윤) 세상에는 고향에서 보는 달, 타향에서 보는 달 이렇게 두 개의 달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김정민) 네, 백범 김구, 약산 김원봉과 함께 독립운동을 한 우근 류자명 선생이 남긴 말이죠.
(임지윤) 그렇습니다. 류자명 선생이 망명지 중국에서 독립투쟁을 하며 그리워했던 ‘고향의 달’. 그 달이 떠오르던 충청북도 충주를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충북 충주시 칠금동에 위치한 항일독립운동역사관입니다. 서슬 퍼런 일제 치하에서 ‘천황폐하 만세’가 아닌 ‘천황폐하 망세’를 외친 류자명 선생. 그는 왜 고국을 떠나야만 했을까요?

인터뷰) 윤경로(74) 항일독립역사기념관 회장

"류자명 선생은 1919년 3.1만세운동이 서울에서 이뤄지죠.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을 하고, 충주 지역에서도 3.1만세운동이 류자명 선생 지휘로 시작이 됩니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만세 시위를 하는 것이 일경에 발각돼서 결국 중국으로 망명하게 된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중국으로 망명한 류자명 선생은 임시정부를 거쳐 약산 김원봉의 의열단에 합류합니다. 의열단 선언서로 채택된 단재 신채호 선생의 '조선혁명선언' 작성에도 도움을 줍니다. 무장 항쟁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1925년 3월 일제밀정 김달하 처단, 다음해 12월에는 나석주 의거를 주도합니다. 류자명 선생은 좌파에 아나키스트였지만 우파였던 김구선생이 주도하던 임시정부에 참여합니다. 독립투쟁을 위해서는 늘 민족이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1945년 8월 15일 광복이 됐지만, 선생은 중국에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남과 북으로 분단되고, 6.25가 터지면서 귀국기회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류인탁(77) 류자명 선생 셋째 손자

"(선생님께서 한국에 얼마나 돌아오고 싶어 하셨는지 들으신 게 있나요?) 많죠... 뭐... 글쎄. 눈물만 나네... 전해 들은 얘기로는 달이 한 개인 줄 알았는데 두 개더라. 고향의 달이 좋더라. 중국에서 달을 보며... 그렇게 그리워하셨어요."

인터뷰) 류인호(83) 류자명 선생 둘째 손자, 류자명기념사업회 회장

"80이 되시고... 그렇게 80이 되시니까 고모님 얘기를 해요. 아주 환신(허깨비같이 허망하고 덧없는 몸)이 된 분 같이... 80이 다 돼도 고국을 못 가니까... 대만에서 출발했을 때, 그전에 중국 부인이랑 거기서 큰 자녀들 데리고 한국 오기를 결심하기까지 얼마나 간곡했을까. 그게 실패했으니까 ‘80이 돼도 이제는 못 가는구나’라며 그렇게 그리워하셨다고 그러더라고요. 아리랑을 약주 잡숫고 불렀다고..."

이곳은 충주시 대소원면에 있는 류자명 선생의 생가텁니다. 류자명 선생은 명절이면 이 고향집에서 보던 달을 떠올리며 “한 평생 살고 보니 달이 두 개더라‘라는 시를 읊조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토록 그리던 고향에서는 아직 선생의 업적을 제대로 기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가터 복원 계획은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입니다. 중국의 유족들에게 받은 유품은 13년째 창고에 쌓여 있습니다. 전시관 건립계획은 시장이 바뀌면서 슬그머니 없던 일이 돼 버렸습니다.

인터뷰) 윤경로(74) 항일독립역사기념관 회장

"이분의 공훈을 우리가 기리기 위해서 충주에서는 생가 복원이라든가 또는 기념관 이런 것이 만들어져서 우리 민족, 우리 시민한테 역사를 그대로 조명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선생이 몸담았던 임시정부와 의열단이 올해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반성 없는 일본을 나무랄 수 있을 만큼 우리가 독립운동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 부끄러워지는 현실입니다. 끝내 고향의 달을 다시 보지 못하고 타국에서 눈 감은 류자명 선생의 넋두리가 들립니다. 단비뉴스 임지윤 김정민입니다.

(영상취재 : 임지윤, 김정민 / 편집 : 임지윤)


편집 : 김지연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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